택시기사의 눈썰미 덕분에 경찰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범을 붙잡았다.
9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택시기사 윤모 씨는 3월 15일 경기 시흥시에서 장거리 승객 A 씨를 태웠다.
A 씨는 중간 경유지에서 잠깐 대기해줄 것을 윤 씨에게 요구했다. 윤 씨는 택시에서 내린 A 씨가 할아버지로부터 건네받은 돈 봉투를 가방에 넣는 것을 확인했다. A 씨와 할아버지가 만나 대화한 시간은 1분을 넘지 않았다.
윤 씨는 “(A 씨가) 대기를 시키더라. (그때)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나셨다. 뭔가를 주고받는데 30초가 안 걸렸다”며 “(A 씨가) 가방을 열고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노란 돈 봉투를 집어넣는 걸 제가 눈으로 확인했다. ‘아, 이거 보이스피싱범 맞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A 씨는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윤 씨에게 요구했다. 윤 씨는 A 씨가 내리자마자 112에 신고했다.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입금 중이던 A 씨를 전화금융사기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1790만 원 가운데 이미 송금한 100만 원을 제외한 1690만 원을 압수했다.
윤 씨는 “‘아, 할아버지 돈 찾아드려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저 할아버지 평생 재산인데, 신고하자고 생각했다”며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느냐. 그래야 그런 사람들이 없어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은 윤 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했다. 피싱 지킴이는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경찰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피싱 지킴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