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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항로 ‘운임담합’ 해운사들 철퇴…공정위, 과징금 800억 부과

입력 | 2022-06-09 12:50:00

2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선들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2022.4.20/뉴스1


한·일, 한·중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HMM, 팬오션,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해운사에 총 8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한·일 항로 15개 선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00억88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또 한·중 항로에서 운임을 합의한 27개 선사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시정명령만 조치하기로 했다.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한·일 항로의 ‘한국근해수송협의회’(한근협)에 대해서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400만원을 부과했다. 한·중 항로의 ‘황해정기선사협의회’(황정협)에 대해서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중 항로의 경우 양국 정부가 해운협정(조약)과 해운협정에 따른 해운회담을 통해 선박투입량 등을 오랜 기간 관리해온 시장”이라며 “공급물량(선복량) 등이 이미 결정됐기 때문에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와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14개 국적선사와 1개 외국선사의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Δ흥아라인(157억7500만원) Δ고려해운(146억1200만원) Δ장금상선(120억300만원) Δ남성해운(108억3600만원) Δ동진상선(61억4100만원) Δ천경해운(54억5600만원) Δ동영해운(41억2800만원) Δ범주해운(32억8800만원) Δ팬스타라인닷컴(32억5600만원) Δ팬오션(25억3700만원) Δ태영상선(17억7100만원) Δ에스아이티씨컨테이너라인스(중국, SITC, 1억2700만원) ΔSM상선(1억900만원) ΔHMM(4900만원) 등이다.

한·중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16개 국적선사는 Δ고려해운 Δ남성해운 Δ동영해운 Δ동진상선 Δ두우해운 Δ범주해운 ΔSM상선 ΔHMM Δ장금상선 Δ천경해운 Δ태영상선 Δ팬오션 Δ한성라인 Δ흥아라인 Δ흥아해운 Δ진척국제객화항운이다.

11개 외국선사는 Δ코흥마린쉬핑 Δ뉴골든씨쉬핑피티이엘티디 Δ이에이에스인터내셔널쉬핑 Δ에스아이티씨컨테이너라인스 컴퍼니리미티드 Δ상하이인천인터내셔널페리 Δ뉴센트라스인터내셔널마린쉬핑 Δ소패스트쉬핑리미티드 Δ웨이하이웨이동페리 Δ시노트란스컨테이너라인스 Δ코스코쉬핑라인스 Δ톈진진하이마린쉬핑 등이다.

◇2003~2019년 한·일 76차례, 한·중 68차례 운임 담합

공정위에 따르면 선사들은 한·일 항로의 경우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한·중 항로는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68차례 컨테이너 해상 화물운송 서비스 운임에 대해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들은 한·일 및 한·중 항로 운임을 인상·유지할 목적으로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부대운임의 신규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특히 고려해운, 남성해운, 흥아라인 등 주요 선사 사장들은 2003년 10월 한·일, 한·중, 한·동남아 등 3개 항로에서의 동시 기본 운임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사업자들은 이를 계기로 최저운임(AMR)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부대비용과 관련해 선사들은 EBS(긴급유류할증료) THC(터미널 조작 수수료), 컨테이너 청소비, 서류발급비 등 다양한 비용을 담합해 신규 도입하거나 기존 가격을 인상했다.

대형화주들의 입찰이 이뤄지는 시기를 전후로 회합 및 이메일 등을 통해 대형화주 등에 대한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투찰가격은 통상 선사들이 합의한 최저운임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됐으며 선사들은 담합을 숨기고자 합의 운임에서 10달러를 높여 투찰하기도 하고, 낙찰된 선사 이외에는 화물 선적을 금지하기도 했다.

한·일 항로 선사들은 합의 실행으로 2008년 한해에만 620억원의 수익(비용절감 120억, 추가 부대비 징수 5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 후 자체 감사·벌금…담합 기록 은폐도

선사들은 합의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 및 맹외선을 이용하는 화주에 대해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 합의 운임을 수용하도록 했다. 또 자신들의 선복을 이용하게끔 강제해 경쟁을 제한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들에 대해서도 이들이 운임을 수용하겠다는 것을 서면(운임회복 수용 승인서)으로 제출할 때까지 선적을 거부하는 등 보복도 서슴지 않았다.

18일 울산신항에 접안한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2.1.18/뉴스1

선사들은 담합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담합을 은폐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근협 또는 황정협 소속 선사들 간 공동행위가 아닌, 개별선사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하였다고 알렸다. 담합으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운임인상 금액은 1000원, 시행일은 2~3일 정도 차이를 두기도 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에 문제가 되는 회의록 및 최저운임, 투찰가 결정 내역 등을 대외비로 관리하고 관련된 대형화주의 이름을 머리글자(이니셜)로 처리했다. 선사들끼리 주고받은 이메일은 삭제했다.

조 국장은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한 후 30일 이내에 해수부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며 “내용적으로도 부당한 운임 인상으로 인해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되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선사들의 한·일 항로 76차례, 한·중 항로 68차례 운임 합의는 해운법 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공동행위”라며 “그나마 신고의 외관을 갖춘 한·일 7차례, 한·중 7차례 합의의 경우에도 ‘최저운임’을 합의하고도 ‘운임회복’으로 협의·신고하는 등 화주 단체와 해운당국이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게 허위로 협의하고 신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절차적 문제 뿐만 아니라 화주에 대한 보복, 합의를 위반한 선사에 대한 각종 페널티 부과 등 내용적인 한계도 크게 이탈했다”며 “이러한 운임 담합은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니고, 불법적인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