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반도체 장비 소재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반도체 기술 혁신에 대응하면서 원천 기술력을 토대로 한 장비 및 소재 분야의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3위이자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TEL)은 2027년까지 5년간 1조 엔(약 9조400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경영계획을 발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2017~2022년 5년 투자액보다 40% 가량 늘어난 규모다.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사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조3500억 달러(약 1700조 원)으로 지난해의 배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회사들이 투자를 강화하는 만큼 장비 업체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일렉트론은 고객사와 공동 연구를 위해 일본 미야기현에 ‘기술혁신센터’를 2025년까지 3개 개발동을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인 ‘전력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전력 반도체는 전기자동차 보급,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전력 반도체를 향후 유망 분야로 보고 투자 및 R&D에 적극적이라 향후 이 분야 주도권을 둘러싼 한일 양국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일본 전자부품업체 로옴(ROHM)은 2025년 탄화규소(SiC)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최근 후쿠오카 신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2025년까지 기존 계획의 3배에 달하는 1700억 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꼽히는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수십 배의 전압과 수백 배의 고열을 견디는 제품이다.
한국에서는 SK실트론이 경북 구미2공장에 SiC 웨이퍼 제조를 위한 증설을 진행한다. SK실트론은 2019년 미국 듀폰 SiC 사업부를 인수한 후 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2020년부터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력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