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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남미서 무역 영향력 키워…미국은 지는 싸움 하고 있다”

입력 | 2022-06-09 15:16:00

해당 기사 - 로이터통신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미주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남미 국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경제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APEP) 구상을 내놨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우군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중남미 무역에서 미국을 추월하며 격차를 늘리고 있다고 영국 로이터는 분석했다. 미국 관료는 “중국은 언제라도 테이블 위에 현금을 올려놓을 수 있다. 미국은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한 미주정상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과 공급망, 디지털 경제, 탈(脫) 탄소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주개발은행(IDB),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중남미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중국의 침투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미국의 비전을 진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구상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중남미에서 반미(反美) 정서가 확대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2015~2021년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 간의 무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미에서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멕시코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대중(對中) 교역 규모가 대미(對美) 교역을 훨씬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과 중남미 국가들(멕시코 제외)의 교역액은 2470억 달러였다. 반면 미국과 이들 국가의 교역액은 1740억 달러로 훨씬 적었다. 다만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만 대미 교역액(6070억 달러)이 대중 교역액(1100억 달러)보다 많았다.

로이터는 도널드 트럼프 전임 미국 행정부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중남미 무역에서 중국에게 추월당했다고 전했다. 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카푸나이 전 중국 주재 페루 대사는“”중남미의 가장 중요한 상업, 경제, 기술 파트너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중남미 곳곳에 강하게 퍼진 것이다.

이번에 열린 미주 정상회의에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 미국이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3개국 정상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초청하지 않자 멕시코가 항의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과 이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던 과테말라, 온두라스 정상들도 불참했다. 미국의 반중(反中) 진영 구축이 시작부터 파열음을 보이는 모양새다.

로이터는 ”중남미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한 미국 관료는 로이터에 ”미국은 중국과의 격차를 메우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너무 느리게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