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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지 말라고”…고성 난무 하이트진로 공장 일촉즉발 긴장감

입력 | 2022-06-09 16:57:00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9일 오후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XXXX(차량번호) 그딴식으로 살지 마라”, “XXX 다음에 한번 보자”

9일 오후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앞은 시간이 갈수록 일촉즉발 긴장감이 흘렀다. 욕설과 고성이 난무한 가운데 경찰 기동대 3개 부대가 현장에 투입돼 다행히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청주공장 앞을 가로막은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은 소주 물량을 싣고 가려는 지입차가 드나들 때마다 “이유가 뭐냐”, “가족 때문이냐”, “다음에 한번 보자” 등 폭언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파업에 나선 화물차주들은 “집회신고를 마쳤다”며 단체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들은 “우리는 영업 방해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당신들(하이트진로 관계자)이 영업 방해를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집회를 신고한 공간이기 때문에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각을 세웠다. 이들은 “경찰이 통제할 것이니 안으로 들어가라”며 “영업행위를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오후 하이트진로 청주공장에서 주류 도매사 차량들과 지입차량들이 물량을 적재하고 있다. 뉴스1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영업행위가 아닌 안전사고를 대비한 것이다”며 “막고 있는 차를 빼달라”고 호소했다.

청주공장도 이천공장과 마찬가지로 주류 도매사 차량들과 지입차량들이 수시로 들어와 물량을 실어 갔다.

양측의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날 선 신경전은 계속됐다. 양측 관계자들이 일렬로 대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국 각지에서 물류차들이 몰려들어 직접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제때 출고하지 못하면서 출고장에는 많은 양의 제품이 쌓여 있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고장에 이토록 많은 물량이 있는 광경은 처음 본다”며 “곧장 물류센터로 출고돼 소비자들을 만나야 할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도착한 GS25 차량. 뉴스1

GS리테일과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차량도 공장으로 들어섰다. 파업으로 인해 소주 제품 출고에 차질이 생기자 본사가 직접 나서서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이트진로 물류팀 관계자는 “유통 채널 차량이 직접 물건을 싣고 가는 것은 최초의 사례로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이번 파업으로 인한 물량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존 소주를 운반하던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공장에 도착해 물량을 어떻게 적재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7단으로 적재된 기존 팰릿의 경우 차량 높이와 맞지 않아 이를 나눠 싣거나 5단으로 적재해 실었다.

GS리테일 기사는 “오전 근무가 없는 상황에서 본사의 긴급 요청이 있어 지원에 나섰다”며 “한두 차례 배송 후 오후 4시 기존 편의점 물류 배송 업무를 나설 것”이라고 했다.

CU 김포물류센터에서 온 기사는 “어젯밤 센터별 2대의 물류 지원 지시가 내려와 새벽에 긴급히 내려왔다”며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센터별 물량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한편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말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일에는 이천공장에서 화물차주들이 공장 진입과 점거를 시도하면서 8시간 동안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A씨가 이천공장 일대 집회 현장에서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되는 등 상황이 격해졌다.

물류 차질이 이어지자 지난 5일부터 주류도매상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참이슬, 진로 등 소주를 직접 운송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임금 인상 등의 요구를 내걸고 7일부터 총파업에 나서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청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