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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도 훤히 보이는 용산공원…120년 만에 국민 품으로

입력 | 2022-06-09 17:21:00

7일 대통령실 앞 용산공원이 공개되고 있다. 뉴시스


120년 가까이 닫혀 있던 미지의 땅이었던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거듭나며 우리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던 땅이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대통령집무실이 보이는 용산공원이 10일부터 19일까지 시범개방을 앞두고 7일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미군기지 터는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직후인 1906년 강제 수용해 대규모 병영기지를 만들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물려받아 사용하면서 120년 가까이 일반 국민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번 개방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약 10만 ㎡) 구간이다. 매일 5차례 500명 씩, 하루 2500명의 사전 예약한 방문객들이 공원을 방문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500m 거리의 14번 출입구나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입구를 통해 공원에 입장하게 된다.

이중 14번 출입구는 미군기지로 이용하던 당시 21개 출입구 중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출입구다. 출입구 안은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양쪽에 쭉 늘어선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미군 장군 숙소 단지를 만나게 된다. 1950년에 지어져 당시 유행하던 미국의 전원 건축양식을 그대로 접할 수 있다. 단층의 단독 주택 단지를 걷다 보면 마치 미국의 시골 마을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공원 너머 고층 빌딩이 즐비한 용산과 대비되는 풍경이다. 시범 개방 구간 중 가장 이국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군 숙소에서 15분 정도를 더 걸어가면 나오는 주한 미군들이 쓰던 야구장 부지가 나온다. 야구장 부지 옆 전망대를 오르자 공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통령 집무실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범개방 기간 이곳에서 선착순으로 관람객을 받아 집무실 바로 앞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매 시간 15분마다 4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야구장 부지 등 국방부 남측 구역을 가로지르는 넓은 도로가 미군의 옛 ‘10군단로’다. 약 10분 정도 도로를 따라가면 개방 구간 마지막 부분인 스포츠필드가 나온다. 미군들이 체육시설로 사용했던 운동장과 건물들이 늘어선 곳으로 잔디밭에서 잠시 쉬거나 가벼운 공놀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시범 개방은 9월 정식 개방을 앞두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되는 행사다. 시범 개방에서는 10만㎡ 규모만 개방됐지만 9월에는 올해 반환받은 부지 등을 포함해 약 40만㎡가 개방될 예정이다.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부지 내 오염 물질과 관련한 우려가 있는데) 토양이 직접 인체에 닿는 부분을 최소화했고 오염이 심한 곳은 동선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