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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칼럼 따라잡기]“우리는 칠면조가 아니다”

입력 | 2022-06-10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알록달록한 열기구가 가득한 카파도키아의 하늘, 하얀 치마가 활짝 펼쳐지도록 빙글빙글 돌면서 추는 세마춤, 고대 하드리아누스 신전…. 터키 유적지와 문화가 소개될 때마다 관광객들은 “헬로 튀르키예”를 외친다. 터키 공영방송에서 방영 중인 이 1분짜리 동영상의 홍보 대상은 관광지가 아니라 ‘튀르키예’라는 이름이다. 터키의 영문 국명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정부 캠페인이다.

터키 정부가 최근 영문 국호를 ‘T¨urkiye(튀르키예)’로 변경해 달라고 유엔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등에서는 앞으로 터키의 정식 국호를 튀르키예로 쓰게 된다.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의 이 이름은 터키가 1923년 공화국 수립을 선포했을 때부터 써온 국호다. 문제는 영어식 국명인 ‘터키(Turkey)’가 칠면조와 스펠링이 같다는 것. 일반명사로 멍청이, 패배자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도 터키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국가가 개명하려는 목적은 다양하다. 체코는 형용사 ‘Czech’에 ‘공화국’을 붙여 사용하는 국호가 너무 길다며 ‘Chechia’라는 이름을 만들어 병용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식민지 시대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실론’이라는 기존 국호를 버렸고, 스와질란드(Swaziland)는 ‘Switzerland(스위스)’와 헷갈리지 않겠다며 독립 50주년이 되던 2018년 ‘에스와티니’로 새 국호를 달았다. 이미지를 바꾸는 리브랜딩 작업이다.

터키의 대외 이미지 개선 시도는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마주 보는 터키는 러시아-우크라 간 평화협상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나토(NATO) 회원국으로 목소리도 키워가는 중이다. 그런 터키로서는 추수감사절의 칠면조 요리를 연상시키는 국명이 달가울 리가 없다. 터키 정부는 영문 국호 변경으로 무역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수출품에 ‘메이드 인 튀르키예’ 표기를 시작했다.

터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못마땅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불만을 대외 캠페인으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2003년부터 19년째 장기 집권 중인 그는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환율 하락으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호를 바꾸면서 “문화와 문명, 국가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했다. 나라의 가치는 이름뿐 아니라 실제 국력과 국격이 뒷받침될 때 올라간다는 점도 함께 되새기면 좋겠다.

동아일보 6월 4일 자 이정은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1. 윗글을 읽고 보일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 ‘터키’라는 영문 국호는 칠면조와 스펠링이 같구나.

② ‘터키’라는 영문 국호는 일반명사로 안 좋은 의미를 갖고 있구나.

③ 터키가 영문 국호를 변경하면 무역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2. 터키의 새로운 영문 국호 ‘튀르키예’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② 터키가 1923년 공화국 수립을 선포했을 때부터 써온 국호다.

③ 추수감사절을 떠올리게 한다.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