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단행된 경찰 치안정감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자들을 1 대 1로 면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창룡 현 경찰청장의 임기는 다음 달 23일 끝나고, 치안정감 가운데 한 명이 후임 경찰청장으로 임명된다. 사실상 이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들을 미리 면접한 셈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후보자들을 인사 제청하기에 앞서 잘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장 후보가 아니라 치안정감으로서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해 만나본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새 경찰청장 임명이 임박한 시점에 자동적으로 경찰청장 후보가 되는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들을 접촉하고서는 경찰청장 인선과 무관하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지금은 행안부가 시계를 거꾸로 돌려 경찰을 정치권력의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와중이다. 이 장관 취임 이후 설치한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는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고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화 이전 내무부 치안국, 치안본부가 경찰을 담당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경찰위원회는 경찰 제도개선을 논의할 별도의 자문단을 만들고 경찰 출신 교수에게 자문단장을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행안부의 자문위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김 청장도 최근 “경찰권은 독립적, 중립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행안부의 경찰 통제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들 면접도) 필요하다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 계속된다면 새로운 논란의 불씨만 키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