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휩쓴 우크라 수도 키이우, 한국언론 첫 현장 취재 우크라 수도 키이우 르포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가 훤히 드러난 아파트 건물을 시 관계자가 점검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3월 6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키이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키이우=김윤종 특파원
“전쟁이 초기로 되돌아간 거 같아 무섭습니다. 이 전쟁이 다시 전국으로 확대되면 어떡하죠. 또 얼마나 길어질까요….”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포딜 지역에서 만난 막스 씨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고층 건물을 바라보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의 눈앞에 키이우의 유명 쇼핑몰인 ‘레트로빌’이 파괴된 상태로 있었다. 이 쇼핑몰은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키이우의 랜드마크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3월 20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군 포격에 폐허이자 접근 금지 구역이 된 키이우 명물 레트로빌 쇼핑몰
○ “전면전으로 확산될까 두려워”
키이우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올렉산드라 씨는 “(5일 공격) 당시의 공포가 눈에 선하다”며 딸(9)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또다시 키이우를 공격할지 몰랐다”며 “이번 키이우 공격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시민들도 나서서 (러시아군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5일 푸틴 대통령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면 이제까지 공격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러시아군 전략폭격기가 키이우에 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이 중 4발이 키이우 일대 민간 시설과 차량 수리 공장, 군사 시설에 떨어졌다.
○ “수도 공격 재개는 전쟁 장기화 신호탄”
기자는 9일 0시경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를 출발해 키이우까지 버스로 약 900km를 이동했다. 국경검문소 통과에만 2시간 이상 소요되는 등 도착까지 17시간이 걸렸다. 전쟁으로 비행기가 다니지 않아 교통편은 기차와 버스뿐이다. 이 또한 안전하지 않다. 러시아군은 미군기지가 있는 폴란드 국경도시 제슈프와 프셰미실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가 서방 군수품 보급로로 쓰인다는 이유로 언제든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키이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