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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을 향한 엇갈린 시선…‘팬심’과 ‘펜심’은 달랐다[이헌재의 B급 야구]

입력 | 2022-06-10 09:40:00

키움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에이스로 성장중인 안우진. 스포츠동아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가 KBO와 타이틀스폰서 신한은행이 함께 하는 5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습니다. KBO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자단 투표 총 32표 중 18표(56.3%), 팬 투표 340,076표 중 64,748표(19%)로, 키움 안우진을 제치고 개인 첫 월간 MVP를 수상하게 됐다.”


성적으로 보면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개막 초반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5월 들어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습니다. 리그 유일의 4할 타율(0.415)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44개의 안타를 때렸습니다. 이 밖에 타점(28점) 공동 2위, 득점(20점) 3위 등 다양한 타격 지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의 맹타 덕분에 KIA는 5월 월간 팀 승률 1위(0.692, 26경기 18승 8패)에 오르며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뛰어들게 됐지요.

소크라테스는 상금 200만 원과 함께 75만 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를 부상으로 받게 됩니다.


KBO 5월 MVP에 선정된 KIA 소크라테스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그런데 사소한 의문 하나를 지울 수 없습니다. 바로 소크라테스가 받은 팬 투표 결과입니다. KBO 월간 MVP는 한국야구기자회 기자단 투표와 신한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신한SOL(쏠)’에서 실시하는 팬 투표를 합산한 점수로 선정합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자단 투표에서는 절반이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팬 투표에서는 채 20%도 얻지 못했습니다. 팬들이 생각한 MVP는 따로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팬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선수는 KBO 보도자료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제침을 당했다고 표현된 키움 오른손 투수 안우진입니다. 안우진은 팬들이 던진 34만 여 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만5702표(45.8%)를 얻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받은 표의 2배를 훌쩍 넘습니다.

팬들이 표를 몰아줄 정도로 그는 5월 한 달 간 압도적인 피칭을 했습니다. 150km대 후반의 빠른 공에 역시 최고 150km까지 나오는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마운드를 평정했습니다. 그는 5월 한 달 간 6경기에 등판해 5승을 거뒀습니다. 5월 1일 KT 위즈전에서 5이닝 2실점을 한 게 가장 못 던진 날이었습니다. 유일한 패전이었던 7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6이닝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습니다. 월간 최다승을 거뒀고, 같은 기간 43탈삼진을 뽑아내며 이 부문 2위에 올랐습니다. 키움이 초반의 난조를 딛고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안우진의 어깨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지지와 달리 안우진은 기자단 투표에서는 32표 가운데 불과 4표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KT 위즈 박병호가 받은 9표에도 채 미치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소크라테스는 기자단 투표 덕분에 총점 37.64점으로 MVP가 됐지만 안우진은 팬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총점 29.14점으로 차점자가 됐습니다.


5월 MVP 투표 결과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들이 안우진에게 인색했던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사건’ 때문입니다. 안우진은 휘문고 3학년이던 2017년 후배들을 집단 폭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그에게는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습니다.

데뷔 첫 해 학교폭력과 관련해 팀으로부터 5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고 1군에 올라오던 날 그는 “야구를 떠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팬서비스도 열심히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그는 나름 그의 말을 지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엄중하던 지난해 올림픽 직전에 터진 사적 음주 파문 때 그의 이름이 다시 한 번 등장했습니다.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까지 와서 장시간 음주를 한 사실이 밝혀졌지요. 그는 팀 선배 한현희와 함께 KBO로부터 36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수년 간 쌓아올린 공든 탑이 다시 한 번 와르르 무너져 버렸지요.


안우진은 현재 야구만 잘하는 선수입니다. 구위로 보나, 성적으로 보나, 마운드 위에서의 아우라로 보나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입니다. 하지만 야구만큼 중요한 ‘인성’에서는 여전히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뛰어난 야구 실력을 갖고 있지만 ‘학폭’과 ‘코로나 음주’라는 주홍글씨가 희미해질 때까지 그는 기자단의 투표(시즌 MVP, 골든글러브 등등)에서 향후에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를 이겨내야 하는 것은 본인 몫입니다. 야구장에서는 물론이고 야구 외적으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게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아니면 10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순간이 되면 안우진은 오랫동안 그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멍에를 던져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