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미터(worldometers) 유럽 지도 갈무리. © 뉴스1
표트르 1세는 국력을 강화한 뒤 황제가 돼 러시아에 제국 시대를 연 인물이지만, 그 바탕엔 서구와의 친화력으로 사회·문화적 후진성을 개선한 업적이 있었다.
푸틴은 ‘짜르(전제군주)’가 되고 싶은 야망에 침략 전쟁으로 영토만 확장하려는 데 집중,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게 서방 언론의 시각이다.
푸틴 대통령은 18세기 표트르 대제가 북방전쟁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탈환한 것을 상기시키며 “그는 뭔가를 가져간 게 아니라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천도했을 때조차 유럽 어느 나라도 이곳을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모두가 그곳을 스웨덴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그곳에서는 옛날부터 슬라브인(러시아·우크라이나 민족)이 핀우그리아인(핀란드·에스토니아 민족)과 함께 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다시 되찾고 강해져야할 책임이 있다”며 “우리가 역사에서 퇴보한 시간이 있었지만, 이제 힘을 되찾고 다시 강해져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표트르 대제 기마상., 일명 ‘청동의 기사’. © 조성관 작가
안톤 트로이아노브스키 뉴욕타임스(NYT) 모스크바 지국장은 “이 발언은 러시아가 지난 3개월간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은 물론,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 역시 어떤 서방국가로부터 귀속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NYT는 그러나 “푸틴을 표트르에 비유할 때는 적어도 한 가지 역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트르는 러시아에 ‘유럽으로 통하는 창’을 연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면서 서양의 기술과 문화를 들여왔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 창문을 닫아버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AFP 통신도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의 관계가 박살 났는데, 러시아 당국자들은 표토르가 유럽과의 친화력으로 발휘한 건 간과한 채 영토 확장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표트르 1세는 1682년부터 1725년 사망할 때까지 짜르이자 황제로 러시아를 통치했다. 그가 원로원에 러시아 전역을 다스리는 황제로 추대돼 제국시대를 연 데에는 스웨덴으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탈환한 1721년 10월 북방전쟁 승리가 주효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