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신작 ‘마법의 비행’. 진화생물학의 대명사 격인 리처드 도킨스(81)의 책이 하나 더 나왔다는 점 외에도 좋은 소식은 많다. 첫째, 원서부터 지난해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둘째, 슬로바키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나 렌초바의 흥미진진한 삽화가 넘친다. 셋째, 누구나 흥미를 가져봤을 ‘비행’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화제를 집중한다. 넷째, ‘벽돌책’이 아니다. 도킨스의 이름을 지식계에 각인시킨 ‘이기적 유전자’의 절반 남짓한 분량이다.
저자의 논지는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다. 비행하는 동물은 왜 그걸 할까. 목적은 적자생존이며 목표는 유전자의 생존이다. 더 잘 날아 먹이를 잘 잡는 새나 박쥐가 후손을 잇고, 더 잘 날아 포식자를 잘 피하는 곤충이 자손을 남긴다.
먼저 날기 시작한 것은 곤충이었다. 척추동물보다 2억 년이나 앞선 3억 년 전부터 날기 시작했다. 가볍기 때문이다. 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넓을수록 나는 데 유리하다. 몸 크기(길이)가 두 배가 되면 표면적은 네 배, 무게는 8배다. 크기가 열 배가 되면 표면적은 100배, 무게는 1000배가 된다.
이렇게 동물의 비행사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일은 이 책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에서 저자는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을 비교한다. 그리스 신화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비행을 향한 인간의 꿈을 표현했지만 실제로 비행이 실현된 것은 인류사의 극히 일부였다.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은 실제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맹금류가 먹이를 향해 내리꽂는 광경은 급강하 폭격기를 보는 듯하다. 벌새는 날개를 위로 칠 때 완전히 뒤집어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다. 마치 헬리콥터나 드론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동물과 인간이 만든 기계의 비행에는 차이가 있다. 비행기나 헬기, 드론은 날개를 칠 수 없다. 엔진으로 추력을 얻고 날개로 양력을 얻는 비행기의 원리는 새나 박쥐, 곤충이 날개를 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새가 날개를 치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 역학은 비행기의 동작보다 훨씬 분석하기 어렵다.
진화생물학자가 굳이 동물과 기계의 비행을 비교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설적으로 창조론자들의 ‘지적 설계론’을 반박하는 데 그 의도가 있다. 창조론자들은 “완전한 날개만 쓸모가 있을 뿐, 진화 중간 단계의 반쪽짜리 날개는 쓸모가 없다”며 비행하는 동물도 비행기처럼 ‘지적 설계’의 결과라고 설명해 왔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초기 단계의 날개도 포식자를 피하게 만드는 등 분명한 쓸모가 있었으며 유전자의 선택 압력을 받으며 계속 진화해 왔다”고 반박한다.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 이제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과학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보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