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의원 간 친목과 유대의식을 강화해 당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하고…․”
지난 9일 국민의힘 의원실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이 보내졌다. 이철규 이용호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모임 ‘민들레’(가칭) 가입과 출범식 참석을 요청한 것이다.
민들레는 ‘민심 들어 볼래(레)’의 약자로, 널리 퍼지는 민들레 씨앗처럼 곳곳에서 민심을 파악해보겠다는 의미다.
두 의원이 공문을 통해 밝힌 모임의 취지는 크게 3가지다.
우선 국정 현안에 대한 정책‧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원 간 친목과 유대의식을 강화해 당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하겠다고 설명했고, 국가 의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현안에 대한 민심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민들레 모임이 추진되자 당내에서는 계파정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0일 모임과 관련해 “공식적인 당정협의체가 있는데 별도로 운영되는 것처럼 비쳤다”며 “국민께 오해받을 수 있는 의원들의 모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민들레 모임은 매주 1회 조찬 모임 형태로 진행되며 정부 인사 등을 초청해 국정 현안 등을 공유하고 정부와 대통령실에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자칫 잘못하면 계파 얘기가 나올 수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며 “자칫하면 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공부 이상의 의도가 있는 모임이라면 원내대표로서 앞장서서 막겠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해보니까 순수한 공부 모임인데 단순한 공부 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며 “자칫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까 15일에 발족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민들레 모임은 정회원을 두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형태로 진행되지만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인 3선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재선 김정재 이용호 이철규 의원, 초선 박수영 배현진 의원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윤(친윤석열)계가 세력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우리당 소속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순수 아침 개방형 의원모임에 한 명의 멤버로 참여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의원 모임의 취지는 정치 현안이나 정책 사안에 대해 의원들이 소통하고 토론해서 민심을 받드는 아침 모임으로 알고 있다”며 “친윤 세력화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당 대표까지 직접 지적하고 나서면서 모임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9일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뒤 “이미 공식적인 경로로 당‧정‧대 협의체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사조직을 따로 구성할 상황이 아니다”며 “세 과시하듯이 총리, 장관 등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얘기하는 것은 정부에 대해서도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국민들께서 좋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유와 창의를 강조하고 무엇보다도 책임을 지는 정치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에 맞게 각자가 행동하면 될 것이지 굳이 그것을 무리지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도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선포하고, 정부 측 관계자를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