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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타임스도 송해 애도…“전쟁·빈곤 극복한 사랑받는 방송인”

입력 | 2022-06-10 14:39:00

‘진정한 국민MC’ 송해(본명 송복희)가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옥포읍 송해기념관을 찾은 시민들이 송해 선생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으며 애도하고 있다. 2022.6.8/뉴스1


미국 언론도 한국의 ‘국민 MC’ 송해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송씨를 북한에서 태어나 전쟁과 빈곤을 극복하고 사랑받는 방송인이 된 ‘전국노래자랑’의 베테랑 진행자로 소개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을 탈출한 뒤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했으며, 지난 4월에는 ‘세계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점도 언급했다.

NYT는 한국 근현대를 살아온 송씨의 삶을 조명함과 동시에 송씨가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과 만났고, 심지어는 고향인 북한과도 가까워졌음을 강조했다.

송씨의 삶을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1927’(2021)로 풀어낸 윤재호 감독은 “전국노래자랑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송해 할아버지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1927년 일제 강점기 북한 황해도에서 송복희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학창시절 체제 선전 밴드의 일원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했다. 그러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송씨는 어머니와 헤어져 유엔 선박을 타고 남쪽으로 대피해 부산에 도착했다. 배에서 그는 바다라는 뜻의 ‘해(海)’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였다.

부산에 도착한 송씨는 남한 군대에서 신호수로 복무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1953년 7월 모스부호를 눌러 전쟁을 중단시키는 휴전 메시지를 보낸 군인 중한 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대 후 1955년에는 창공악극단에 입단해 희극인의 삶을 시작했다. ‘동양방송(TBC)’의 전신인 ‘RSB 라디오 서울’ 개국 이후에는 택시와 버스 운전자들이 주로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의 진행자가 됐다.

1986년 21세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뒤, 송씨는 라디오 진행을 중단했다가 2년 뒤 1988년 5월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로 발탁됐다

전국노래자랑은 송씨를 중심으로 노인과 농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할머니들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랩을 하거나, 할아버지들이 걸그룹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수많은 어린아이가 무대 위에서 송씨를 매료시켰고, 추후 연예인으로 데뷔한 경우도 흔했다.

송씨는 고향인 황해도에서도 전국노래자랑을 개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북한에 건너가 남북 가수들이 모인 평양노래자랑도 진행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쟁 전에 헤어진 어머니와 여동생을 다시 볼 순 없었다.

전국노래자랑 참가자와 프로그램의 팬은 송씨의 가족이 됐다. 전국노래자랑 최고령 참가자인 115세 할머니를 포함한 여성 참가자들은 송씨를 ‘오빠’라고 불렀다.

생전에 송씨가 남긴 말은 그가 얼마나 전국노래자랑 참가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 저만큼 여동생이 많은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요? 저를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행복해요”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