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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親尹 ‘민들레’ 모임 결성… 친이·친박 구태 되풀이할 건가

입력 | 2022-06-11 00:00:00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 중심의 친윤 성향 모임이 활동 준비에 들어갔다. 모임 명칭은 가칭 ‘민들레’다. ‘민심 들어 볼래(레)’의 약자라고 한다. 공동 간사를 맡은 이철규 이용호 의원은 의원들에게 보낸 참여 요청 공문에서 “국정 현안에 대한 민심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이 30명을 넘는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3선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재선 김정재 송석준 의원, 초선 박수영 배현진 의원 등이 운영진으로 참여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수행팀장을 했던 이용 의원, 정무기획 담당 1팀장을 맡았던 정희용 의원도 멤버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당선인 비서실에서 활동한 의원들이 주축인 셈이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모임이다. 결성을 주도한 의원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친윤 계파 모임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전달할 게 있으면 당정협의체 등 당의 공식 기구를 활용하면 된다. 대통령실이나 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불러 정책 설명을 듣고 민심을 전달하는 별도의 창구를 둘 필요가 뭐가 있나. 결국 차기 당권 경쟁이나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영향력까지 겨냥한 세력화 움직임 아니냐는 얘기다.

소속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모임이라고 하지만 참여할지 말지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 자체가 의원 줄 세우기, 편 가르기로 이어지고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자칫 잘못하면 계파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역대 정권에서도 이런 모임이 명멸했다. 문재인 정권 초 노무현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활동했던 ‘부엉이 모임’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회원이 30명까지 늘었다가 계파 정치 비판을 받고 해산했다. 친박(친박근혜)이니 친이(친이명박)니 하는 계파 정치로 당이 망가졌던 게 엊그제 일이다. 장 의원은 “친윤 세력화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순수한 공부 모임으로 볼 사람은 거의 없다. 오해 살 일은 안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