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교육감 약진한 전국 교육계 움직임 학력저하 진단-처방 미흡 지적에 ‘전수 학력진단’ 재도입 가능성 커 경기-제주, 학생인권조례 손볼 듯… 尹정부, 자사고 유지 방향 가닥에 서울선 자사고 갈등 계속될 듯
1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 결과 기존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에서 보수 교육감 8명, 진보 교육감 9명으로 균형이 맞춰지면서 교육 기조도 대폭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당선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거치며 대두된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당선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출신의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자, 윤건영 충북도교육감 당선자 등은 ‘학력 신장’을 첫 번째 공약으로 꼽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의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당선자와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당선자 등 진보 성향 당선자들도 학력 신장을 약속했다.
‘전수 학력진단’도 다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매년 전국 중3, 고2를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제고사 축소 방침에 따라 2017년부터 3% 표집조사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학력 저하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보수 교육감들은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적인 정책이었던 혁신학교에 대한 손질을 예고했다. 임 당선자는 혁신학교에 대해 “양적 팽창을 보류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학교 성과를 평가한 뒤 지정취소 등 제도 개편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 현재 경기지역 초중고 2455개교 중 57%가 혁신학교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경기와 제주에서는 보수 교육감이 선출되면서 폐지 또는 축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교총 회장 시절부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해 온 하 당선자는 김석준 현 부산시교육감이 펼쳐온 민주시민교육과 노동인권조례에 대해 “이념적으로 한쪽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폐지 정책을 펼쳤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자는 9일 “우수한 두뇌들이 경쟁하는 조직은 없는 곳이 없는데, 충북에만 그런 조직이 없다”며 자사고 신설을 적극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임 당선자는 자사고 정책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정책 방향을 같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자사고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선을 달성한 서울에서는 자사고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선거 기간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혁신교육의 정체성’이라 표현하며 입장을 바꾸지 않을 계획임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조 교육감의 득표율(38.10%)이 2선 때(46.58%)보다 떨어져 정책 동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