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방화 참사] 숨진 사무장 친구 안타까움에 울먹 화 피한 변호사 “왜 이런일이” 황망
방화 희생자 넋 기리는 조화 10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앞에 놓인 조화 뒤로 현장 조사를 맡은 합동감식반원이 들어서고 있다. 전날 이 빌딩에서는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은 범인의 방화로 용의자를 포함해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년 전 결혼한 늦깎이 신랑인데… 이렇게 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습니다.”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숨진 사무장 김모 씨(54)의 동갑내기 친구 강창용 씨는 “(김 씨가) 늦게 결혼을 해서 친구들이 축하를 많이 해줬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다. 가족 사랑이 각별했다”며 이같이 안타까워했다. 강 씨는 “어제 고교 동창들이 함께 쓰는 온라인 게시판에 ‘○○아, 이 세상에서 보여준 너의 모습, 다음 세상에서 우리 다시 보자’라고 적었다”며 “이제 다시는 답글을 받을 수 없는 글이 됐다”며 울먹였다.
신체 일부에서 자상이 발견된 김모 변호사(57)와 박모 사무장(57)은 대구의 한 고등학교 동문으로 오랜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와 박 사무장이 오랜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은 “두 친구 모두 아마 방화범이 누군가에게 먼저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가 심하게 다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의자 천모 씨(53)가 앙심을 품은 대상인 배모 변호사(72)도 황망한 심경을 전했다.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 변호사는 “203호에 근무하던 사람들 모두 착실했다. (천 씨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께 퇴근할 때 직원들 얼굴 본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대구=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