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아시아안보회의
韓中 국방수장… ‘팔꿈치 인사’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과 양자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중 국방 수장이 대면 회담을 가진 건 2년 7개월 만이다. 국방부 제공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중 국방장관이 10일 싱가포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 정부가 동참하는 대중(對中) 견제 성격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해서도 다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韓, 北 비핵화에 역할 주문…中, 사드 배치에 우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가운데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웨이 장관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번 회담은 당초 예정된 40분을 훌쩍 넘겨 75분간 이어졌다. 한중 국방 수장 간 대면회담은 2019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회담에서 이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고, 웨이 장관도 공감했다. 이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우려스럽다면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비용보다 핵 포기로 얻는 혜택이 크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양국이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웨이 장관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며 협조해 나가길 희망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한중이 각각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에 차이가 있는 것을 두곤 국방부 관계자는 “목표치는 같다”고만 했다. 또 “중국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얘기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의한 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이날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방향성이 옳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우리 정부가 구상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해선 항행의 자유 등을 예시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는 동중국해·남중국해 내 미중 간 첨예한 군사적 갈등에서 미국이 내세우는 핵심 가치로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 이에 “중국은 경청했다”고만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 美中, 대만 문제로 충돌
이날 싱가포르에선 미중 국방장관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면회담을 가졌다. 미 국방부는 회담 후 성명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중국군이 대만을 향해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을 삼갈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웨이 장관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만 문제에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회담 후 “누구도 대만을 중국 본토와 분리할 수 없으며 인민해방군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싱가포르=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