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김영건 지음/216쪽·1만5000원·어크로스
에세이의 힘은 자신의 치부마저 드러내는 ‘진솔함’에서 나온다.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한 유명인의 그것보다 생활인의 진심이 담긴 에세이 한 편이 훨씬 값진 이유다. 여기에 깊은 성찰이 담긴 시적인 문장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다. 이 모든 상찬은 오로지 이 책에 해당된다.
저자는 강원 속초시에서 8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서점 한번 해보겠느냐”는 부친의 제안을 받고 20대 후반에 귀향한다. 그리고 거기서 아내를 만나 딸을 얻는다. 저자는 서점이라는 소우주에서 가족, 손님들과 겪은 일들을 자신이 추천하는 책 소개와 엮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유명 작가에게 북토크를 제안하는 장문의 편지를 썼지만 끝내 아무 답신을 받지 못하고 수치심에 빠진 일화가 눈길을 끈다. 이 문제로 고민하던 그는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에 똬리를 튼 ‘욕심’을 발견한다. 편지에 속초 산불로 침체에 빠진 지역 경기를 운운했지만, 결국 자신의 서점을 띄우기 위한 욕심이었음을 순순히 고백한 것. 그러면서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통해 한순간의 잘못된 마음이 가져온 파국을 이야기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