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국방 수장이 첫 대면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중국은 이날 누구도 대만을 분리할 수 없다며 일전도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 국방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만났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두 장관의 첫 대면 회담이다.
회담은 웨이 부장 쪽에서 이번 주 초에 요청했으며, 30분으로 예정됐으나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과 웨이 부장은 미·중 방위 관계와 역내 안보 문제에 관해 논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웨이 부장은 이날 “인민해방군(PLA)은 (분리 시도가 있다면) 국가의 영토 주권과 온전성을 수호하기 위해 어떤 대가도 감수하며 일전을 치르겠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 부장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만 문제에 이용하지 말라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대만 문제에 연계해 문제를 삼으려 한다면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이익을 약화한다”라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미국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대만관계법과 미·중 3대 코뮈니케, 6개 보장에 따른 ‘하나의 중국 정책’에 전념한다는 뜻을 전했다. 아울러 일방적 현상 변경은 물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PLA의 “불안전하고 공격적이며 전문적이지 않은 행동”과 “PLA가 작전 행동을 통해 현상 변경을 시도할 수 있다”라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대만해협 평화·안정을 우려하며 방어 무기를 계속 제공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양 장관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다만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도 거론됐다. 중국 측은 회담 이후 회견에서 러시아에 군사 원조를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북한 문제도 거론됐다. 미국 국방부는 “세계·역내 안보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북한과 동북아시아에서의 도전에 관해 논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재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스틴 장관과 웨이 부장은 이날 양국 군 사이의 위기 소통 필요성도 논했다고 한다. 이런 소통이 양국 사이에서 긴장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전장치(guardrails)가 될 수 있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런 소통이 양국 국방 수장은 물론 합참의장 간, 인도·태평양 지역 사령관 간에도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회담에서 위기 소통과 전략적 위험 감소에 관한 실질적인 대화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스틴 장관은 싱가포르 시각으로 11일 오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다음 단계’를 주제로 연설한다. 웨이 부장은 이튿날인 12일 오전 ‘역내 질서에 관한 중국의 관점’을 주제로 연설하는데, 이 자리에서도 양측은 대만 등 주요 문제에 관한 자국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