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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브랜드’ 하이서울→아이·서울·유→다음은?

입력 | 2022-06-12 07:25:00


지난 2015년 10월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 브랜드 선포식’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시민대표 20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스1

8년여간 서울의 상징으로 사용된 시의 브랜드 I·SEOUL·U‘(아이·서울·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시는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서울을 대표하기 위한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브랜드 변경 과정에서 빚어졌던 ’예산 낭비‘, ’전임 시장 치적 지우기‘ 논란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도시 브랜드 변경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운영한 결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이·서울·유‘를 폐기하고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전문가 논의를 통해 새로운 도시브랜드 후보들을 도출하고 차후 시민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안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략적인 일정이 나왔을 뿐 브랜드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된 것은 아니다”라며 새 브랜드 설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 뒤 2023년 1월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새로 바뀌는 서울시의 브랜드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아진 서울시의 위상‘을 담는다는 방침이다.

서울의 도시 브랜드는 지난 2002년 이명박 전 시장이 ’하이 서울(Hi Seoul)‘을 내세우며 첫선을 보였다. 하이 서울은 ’하이‘라는 인사말을 붙여 친근한 서울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선정이 됐지만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다‘, ’정작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판을 받았다.

4선 서울시장에 오른 오세훈 시장이 지난 2일 시청 본관으로 출근하며 당선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럼에도 ’하이 서울‘은 2015년까지 10년 넘게 공식적인 서울의 도시브랜드로 사용됐다. 2006년 오세훈 시장이 민선 4기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며 ’하이 서울‘의 로고 밑에 ’소울 오브 아시아‘(Soul of Asia)라는 문구를 추가 했지만 브랜드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후 민선 5기 연임에 성공한 오 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으로 중도 퇴임하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브랜드 변경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미래형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시민공모형식으로 브랜드 변경을 추진했고 그렇게 최종 결정된 것이 ’아이·서울·유‘다.

아이·서울·유는 탄생 직후부터 거센 반대 여론에 시달렸다. 일단 전임 시장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있었고 브랜드 자체도 영어 문장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명사인 ’서울‘을 타동사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대로 해석하면 ’나는 너를 서울한다‘는 해석돼 내국인도 외국인도 이해할 수 없는 문구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실제 아이·서울·유 브랜드가 출범한 2015년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공모 결과로 선정된 새 도시 브랜드인 아이·서울·유를 찬성한다는 의견은 1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가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서울 시내 곳곳에 관련한 조형물도 설치되면서 시민들이 이 브랜드에 느끼는 친숙도는 높아졌다.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조사 서비스인 ’더폴‘이 지난해 4월 실시한 진행한 조사에서 ’아이·서울·유가 서울시의 브랜드로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40% 이상이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답은 23.3%에 그쳤다.

이미 서울시민들에게 익숙해진 브랜드를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변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오세훈 시장도 지난 2015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만들었던 브랜드인 ’하이 서울‘이 2% 부족해 손보고 싶었지만 이를 꽉 깨물고 참았고 대신 ’소울 오브 아시아‘라는 표현만 더했다”라며 “2% 부족하다 싶어도 참고 3대가 내려가야 세계적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10년 정도 ’하이 서울‘을 썼고 ’아이·서울·유‘는 8년 정도를 썼다”라며 “10년 정도 주기로 바꿨다고 봤을 때 그 주기를 따지면 다른 타 도시와 비교했을 때 빈번한 바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5월 보궐선거로 취임한 지 한달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시에도 부정적 여론이 비등했던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후임자 입장에서는 존중하고 가급적 계속 쓸 수 있도록 하는 입장을 견지하겠다”라며 아이·서울·유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사를 보냈다.

하지만 오 시장이 복귀하면서 아이·서울·유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정 슬로건으로 ’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을 내걸었고 이 문구가 아이·서울·유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의 명함과 서울시가 생산하는 문서에 아이·서울·유 대신 ’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문구가 박혔다.

이어 오 시장도 올해 초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이·서울·유가 문법적으로 문제가 많아 바꾸고 싶지만 이를 변경하려면 조례를 바꿔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에서 동의를 해주지 않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입장을 바꿨다.

오 시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서울시도 본격적으로 브랜드 변경을 위한 준비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오 시장이 지난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브랜드 변경도 추진력을 얻게 됐다.

한편, 시의 브랜드 개정을 위해서는 조례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서 시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브랜드를 선정하는데 발생하는 금전·시간적 비용과 이전 브랜드를 폐기함으로써 발생하는 매몰비용에 대한 비판 여론을 진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