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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 주도권 경쟁…“尹心 잡기” 변수 부상

입력 | 2022-06-12 10:06:00


대통령선거·지방선거라는 ‘빅이벤트’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의 당 주도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구애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의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은 상황인데도 최근 당 주도권을 둘러싼 거친 설전이 오갔던 만큼 여권 내부의 당권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차기 당권 레이스의 후보군들이 윤석열 후광 효과를 겨냥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두 차례 전국단위 선거에서 모두 ‘윤석열 마케팅’ 효과가 확인된 만큼 현재로선 이른바 ‘윤심(尹心)’이 당대표 선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당내 역학구도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구애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당권주자들도 윤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친윤계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과 이준석 대표간 당권 다툼을 놓고 일단 관망세를 보였다. 정치적 오해를 낳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간접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장제원을 비롯한 친윤그룹이 주축이 된 당내 의원모임 ‘민들레’가 결성될 경우 친윤 진영이 당권 경쟁 구도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당권주자들의 움직임도 윤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나 접점을 찾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차기 당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된 안철수 의원은 5년 만의 국회 등원 전 윤 대통령을 먼저 만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선정에 깊이 관여한 안 의원은 국정 목표와 국정과제, 인수위 활동과 정책 등이 담긴 인수위 백서를 윤 대통령에 7일 전달했다. 다음날인 8일에도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대통령실을 찾아가 인수위 성과를 직접 홍보했다.

안 의원이 연이틀 대통령실을 찾자, 정치권에선 공동정부 파트너로서 존재감을 상기시키고, 지지기반이 약한 국민의힘 당 내에서 사실상 ‘윤심’을 등에 업고 입지를 다지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 의원이 5일 당선 감사인사 도중 쓰러진 뒤 윤 대통령한테서 안부 전화를 받고 “괜찮다고 안심시켜드렸다”며 통화 사실을 공개한 것도 윤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았다.

안 의원의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도 두드러진다. 최근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안 의원은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인사 문제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권한”이라고 윤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 중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도 사실상 윤심 구애에 불을 붙였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차기 당권레이스에서 주류측 후보군에 속하는 정 의원이 최근 이준석 당대표와 극한 갈등을 연출하자, 정치권에선 친윤계 안에서 경쟁력 차별화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심기를 염두에 둔 일종의 충성 경쟁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다”, “윤석열이란 ‘독보적 수단’을 활용해 정권교체의 숙원을 이뤘다”, “국민의힘이 빚을 갚는 길은 여당으로서 굳건하게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일” 등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를 위한 당의 노력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에 “낡은 정치”, “나쁜 술수”, “개소리” 등의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일관된 논거로 내세웠다. 한 라디오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 성적표로 “A+”를 줬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쪽에서도 윤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차기 원내사령탑으로 거론되는 장제원 의원이 당내 의원모임 ‘민들레’ 결성에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는 친윤계의 세 확장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적재적소 인사원칙을 지켰고 능력위주 인사를 했다”고 옹호하는 등 윤 대통령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친윤계가 다수 참여하는 ‘민들레’ 모임에 대해서도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의원 모임은 지양하는 것이 맞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도 윤 대통령으로 튈 불똥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준석 당대표도 윤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관계개선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다음날 곧장 윤 대통령과 만나 “당내 갈등의 씨앗”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겠다면서 당대표로서의 여전한 건재함을 과시하고 윤 대통령의 신임을 재확인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 공천 등을 염두에 둔 친윤계의 견제가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입지를 위협받을 수 있는 이 대표로선 윤심을 업는 게 당 장악력을 높이는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에 쓴소리 대신 두둔성 발언을 이어갔다. 검사 편중 인사 논란에 “해당 검사들 같은 경우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직종 자격증도 있는 등 굉장히 실력 있는 인사들로 파악되고 있다”며 “검사라는 이유로 역차별하는 경우도 없어야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발언에도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추천”, “도대체 누가 추천한건지 모르겠다”며 인사 추천·검증 과정에 화살을 돌렸다가 책임 전가라는 지적이 나오자 “추천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대통령이 숙고하시는 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당은 기다리겠다는 것이지, 추천자·검증자가 책임지라는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대표는 조기 사퇴론을 일축하는 대신 내년 6월까지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차기 당대표로 다시 나설 뜻도 내비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권 경쟁에 다시 나서더라도 윤심이 미칠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결국 윤 대통령을 향한 구애 경쟁을 외면할 순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