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엔터테이너’ 백현진 인터뷰
하지만 영화 ‘브로커’ ‘북촌방향’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서 백현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를 배우로 아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한 없이 후진 남자’를 맡았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선 잘나가는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한물 간 시사평론가 김성남을 연기했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연기는 품앗이 다니듯 드문드문 했던 지라, 몸에 연기를 바짝 붙여놔야 (나중에) 편하겠다 싶어 작년과 올해에는 작품을 꽤 많이 했다”며 “평소 혼자 일하는 사람이 스태프만 100명 넘는 현장에서 일하려니 굉장히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 작업을 하고 산다는 건,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최대한 삭제하고 자기 안의 호기심을 탐구하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거죠. 이렇게 살려면 수많은 운이 따라야 된다고 봐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대신 저는 대출, 부동산, 주식은 근처에도 안 가요. 결혼을 안 했고 애도 없으니 돈 벌어서 저축 좀만 하고 다 써버려요.”
평범하지 않은 삶만큼이나 그는 독특한 목소리를 가졌다. 한때 “그런 목소리로 어떻게 연기를 하냐”는 타박도 들을 정도였다. 3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독무(獨舞) 공연 ‘은미와 영규와 현진’에서 그의 특이한 목소리는 악기로 변신할 예정이다.
“굉장히 느린 ‘허밍’으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렇게 축축 처지고 느려 터졌는데도 댄스곡이 될 수 있나 싶은 거요. 가사는 최대한 안 넣을 거예요.”
7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전석 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