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부가 빈집 관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빈집 정보를 통합관리하고, 관련 법안(가칭 ‘빈집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1억 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이번 연구를 통해 빈집 관련 법령과 지역별 제도 운영 실태 등에 대한 분석과 빈집 관리제도 개선방안, 빈집법의 기본방향 등이 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빈집 관련 제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빈집 대책 새 판 짠다
국토교통부는 13일(오늘)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와 공동으로 도시와 농어촌지역에 방치된 빈집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빈집 관리체계 개편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도시지역(‘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농어촌지역(‘농어촌정비법’)으로 따로 운영되는 빈집 관련 법령을 통합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는 도시 및 농어촌지역에서 빈집을 관리하는 법령과 기준이 달라 정확한 전국 빈집 현황에 대한 파악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국가 정책의 수립과 지자체의 실태조사·정비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에 지난 4월 세 부처는 ‘빈집 정비 등 업무 체계 개편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전 국토 차원의 일관된 관리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그 첫 걸음으로 관리체계 개편과 법령 통합 방안을 만드는 연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 실효성 떨어지는 대책에 급증하는 빈집
빈집은 도시나 마을 미관을 저해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다. 무엇보다 버려진 빈집이 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많다. 가출 청소년들이 아지트로 삼거나 흉악범죄의 온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급속하게 진행 중인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5년간(2015~2020년) 총 주택수가 13.2% 증가한 데 비해 빈집은 3배가 넘는 41.4%나 증가했다. 주택 재고가 216만 채 늘어나는 동안 44만 채의 빈집이 더 생긴 셈이다.
주택 부족이 가장 심각한 수도권에서 사정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체 주택수가 15% 증가하는 동안 빈집은 4배인 60.3%가 늘어났다. 서울에서도 5년간 주택수가 8% 증가하는 동안 빈집은 22.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국내의 빈집 비율이 10%를 넘어서고, 세계 최고 수준의 빈집 비율(2018년 기준·13.8%)을 자랑하는 일본 수준에 육박할 수 있을 것”으로 경고했다.
● 일본 등 선진국도 빈집 관리에 골치
한편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도 빈집 관리 문제를 골치를 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유자가 사망한 후 상속받은 빈집을 3년 안에 매각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기도 한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거지 세금을 비주거지의 3분의 1~4분의 1수준으로 낮춰주는 혜택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빈집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영국은 빈집 비율이 0.9%에 불과한데도 ‘빈집 중과세(Empty Home Premium)’를 도입했다. 2년 이상 장기간 비어 있는 집에 카운슬세(Council Tax)를 최대 300%까지 중과하는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도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택에 대해 과세표준의 1%를 ‘빈집세(Empty Home Tax)’로 부과하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