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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선임고문 “美의 대북제재, 조만간 中기업으로도 향할 것”

입력 | 2022-06-13 13:28:00

후안 자라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몇 주, 적어도 몇 달 내에 미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를 지낸 후안 자라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9일(현지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분명 북한의 제재회피와 직접 연계된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제재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자라테 전 차관보는 2005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테러자금 차르’를 지내며 북한 정권 통치자금이 숨겨져 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이끈 인물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은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또 다른 대북제재 드라마에 사로 잡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를 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제재 추진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고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서면 어떻게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인지, 북한이 제재 회피나 사이버 공격으로 핵·미사일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독자제재 가능성을 밝혔는데.

“불행히도 제재만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한 계산 아래 자체 계획에 따라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제재만으론 탱크를 되돌리거나 핵 프로그램의 스위치를 끌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용을 높이고 군사·외교적 압박을 함께 가하면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속도를 재고하도록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처음으로 북한과 거래한 러시아 은행을 제재했다.

“북한의 금융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제재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동시에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정책이 합쳐진 조치라는 점에서 극동은행에 대한 제재는 매우 흥미로운 조치다. 북한과 러시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다만 BDA 제재 이후 북한의 공식적인 금융 시스템과 불법 활동을 분리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가 과거 BDA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 BDA 제재와 관련해 중국을 북한의 ‘생명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분명 북한 제재 회피와 직접 연결된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제재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BDA 제재 이후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들도 북한과의 거래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의 거래를 감추기 위한 전략이 있을 것이며 현재 과제는 이 전략을 찾아내고 타깃으로 삼는 것이다. 이르면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을 보게될 것이며 이런 제재가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 도발의 원인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대북제재에 대해 갈수록 더 저항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관심을 돌리고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편리한 수단으로 북한을 활용한다면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행동을 자국의 이해관계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한 중국의 이해관계를 직접 건드릴 수 있는 더한 조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책임 있는 국가가 돼야 하며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과거 BDA 제재 당시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BDA 제재 이후 북한은 불법 거래에 대한 접근법을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화된 특정한 타깃을 찾아내는 것은 과거보다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다변화된 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BDA와 같은 집중된 지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 지갑이 될 수도 있고, 북한이 가상 자산을 옮기는데 사용하는 특정 네트워크나 대리업체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하는 질문에 BDA 제재로 이어졌다. 이를 위해선 군사 전략가처럼 불법 환적, 가상화폐 거래, 공식 금융거래 등 북한 거래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전략개념에 사이버 안보도 논의될 예정이다.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와 불법적인 사이버 공격은 국제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아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나토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이 북한의 도피처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모든 민간기업들이 이를 위한 협력에 참여할 수 있다. 북한은 국가적인 차원으로 사이버 공간을 불법적으로 활용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보여주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사이버 활동을 억지하고 무력화하는 것이 국제협력의 핵심 활동이 돼야 한다.”

-윤석열 행정부는 북한 도발에 단호한 대응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새로운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재를 포함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활동에서 미국은 물론 다른 동맹들과 공동의 노력을 펴나가길 기대한다. 북한과 관련해선 분명히 외교적 노력이 핵심이 돼야 한다. 다만 외교를 위한 외교가 아니라 분명한 목적과 영향력을 갖춘 외교가 필요하다. 또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다른 군사적 활동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더욱 공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