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풍천면 한 식당에서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제비를 식당 주인할머니가 보살피고 있다. 사진= 이용휘 씨 제공
“제순이는 내년 봄에 ‘박씨’를 물고 올까요?”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한 식당 입구,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제비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졌습니다. 이것을 본 식당 주인할머니는 아직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 제비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이 제비는 형제들의 등쌀을 버티지 못하고 좁은 둥지에서 다시 떨어졌습니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구나!”
이렇게 직감한 할머니는 둥지로 돌아갈 수 없는 새끼 제비를 직접 키우기로 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고양이나 뱀같은 천적에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잡아먹힐게 분명했습니다. ‘제순이’라고 이름도 지어줬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바구니에 집도 지어 주었습니다. 단골손님들도 애지중지 보살피며 함께 거들었습니다. 직접 잡은 파리와 지렁이는 ‘제순이’의 훌륭한 식사였습니다.
사랑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한 ‘제순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어제는 스스로 날아서 주변을 비행하다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이제 식당 주인도 ‘제순이’와 이별을 준비해야겠죠. ‘박씨’는 물고오지 않더라도 내년 봄에 돌아와 둥지를 짓길 기대해 봅니다.
야생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한 개체만 남기려고 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끼가 태어날 때 병이 있거나 약하다 싶으면 직접 물어 죽이거나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죽이려고 하는 습성을 보입니다. 형제들의 등쌀을 버티지 못하는 것에는 아마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