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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려야” vs “줄여야”…‘학업성취도 평가’ 두고 교육계 갈등

입력 | 2022-06-13 19:19:00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기 위해 교육부가 현행 중3·고2 3%를 표집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교육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13일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그에 따른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무너진 기초학력 수준이 지난해에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평가 대상을 3% 표집에서 모든 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신 교육부는 초6·중3·고2 중 희망하면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율 평가’를 올해 9월부터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참여 가능 학년은 내년 초5·고1을 추가하고 오는 2024년엔 초3~고2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시행 날짜와 응시 교과 등은 학급 단위로 신청할 수 있으며,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평가 결과는 학생·학부모·교사에게만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수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엔 선을 그었지만, 현행 표집평가 방식을 유지하되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평가방식을 새로 도입해 학력진단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교육계 내에선 벌써부터 의견 충돌이 표면화되고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시행 방식은 진영 갈등이 큰 쟁점 중 하나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전수 평가를 실시했으나, 학교 줄세우기와 일제고사라는 비판에 문재인 정권에서 현 방식으로 바뀌기도 했다.

진보 교육계는 올해 초6부터 희망하면 학업성취도 평가를 볼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한 교육부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사실상 초등 일제고사의 부활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일률적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운영한다면 ‘지원을 위한 진단’이 아닌 ‘진단을 통한 줄 세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현재 중3·고2 학생의 3%만 표집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초3~고2까지 전수화해야 한단 입장이다.

교총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학생들의 학력이 더 저하되고 성적 중간층 학생들의 붕괴도 심화된 것으로 우려된다”며 “모든 학생들이 교과별, 영역별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급 단위로 자율에 맡긴 평가 시행이 오히려 교육계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희망하는 학교만 실시하면 지역 성향과 교육감 이념에 따라 학교 간 차이에 따른 갈등이 우려된다”며 “학교 결정에 따라 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누구는 갖고 누구는 갖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은 진영에 따라 학력진단 방식에 대한 생각이 갈리는 모습이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고등학교만 실시하는 전수 학력평가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1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며 “성적에 의한 학생들 줄세우기는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학생들을 줄세우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AI 학력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일각에선 평가방식 자체가 아닌 진단 후 처방 대책 마련에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수든 표집이든 평가 그 자체보다는 진단에 따른 보정이 더 중요하다”며 “학급 단위에서 기초학력 미달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교사가 주체적으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날 교육부가 학력증진 방안으로 제시한 협력강사, 방과후 학교 보충학습 프로그램 지원 등에 대해 “보충이 아니라 본 수업을 바꿔야 한다”며 “AI를 통해 개인 맞춤형으로 학업 수준을 보정할 수 있도록 학교 수업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학력저하) 원인을 찾아가고 있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책 목표는 (학생들의 학력을) 2019년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