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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라 안팎 악재 폭발… 거품 붕괴 대비할 때

입력 | 2022-06-14 00:00:00

코스피 연저점 갱신 코스피가 미국의 물가 충격 등의 여파로 큰 폭으로 하락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지난달 12일 기록한 기존 연저점(2,546.80)을 뚫은 데 이어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5.1원 오른 1,28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제 오전 코스피는 3.5%, 코스닥은 4.7% 급락했다.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8.6%나 상승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해외 증시도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말까지 계속 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한 건 두 달 연속 8%대였던 미국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엔 다소 진정됐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상승 폭은 커졌고, 미국 휘발유 값은 갤런당 5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미국인들의 소비심리 위축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 경제학자 4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을 미뤄 온 유럽중앙은행(ECB)도 더 이상 물가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다음 달 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미국발 긴축 충격, 고물가 외에도 한국 경제는 원유·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생산 차질,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침체 등 악재를 동시다발적으로 맞고 있다. 다섯 달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온 외국인은 어제 5000억 원 넘는 주식을 팔았다. 커지는 이자 부담 때문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5주 연속 하락했고, 거래건수는 1년 전의 3분의 1이다. 비트코인은 어제 2만6000달러 선이 붕괴됐다. 증시,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이 한꺼번에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이젠 코로나19 이후 불어났던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나타날 자산시장 거품 붕괴에 대비해야 할 때다. 한국의 자산시장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보다 더 부풀려졌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럴 때 요행을 바라는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다. 정부도 이달 공개할 경제정책 방향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국내 자산시장이 큰 충격 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해 충분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상실하면 시장이 과도한 패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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