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FT, 경제학자 49명 설문… “美, 내년 경기침체” 70%

입력 | 2022-06-14 03:00:00

[미국發 긴축 공포]응답자 38% “내년 상반기” 꼽아
빠른 긴축이 경기침체 유발 진단… 버냉키는 “긴축해도 연착륙 가능”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증권거래소 로비 모습. 이날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5.1원 오른 1,28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글로벌 인플레이션 악화로 미국이 내년 경기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전망이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해 강한 긴축 정책을 도입할 경우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경착륙’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공동으로 경제학자 4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0%는 내년 안에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응답자 38%는 미국의 경기 침체 시기로 내년 상반기(1∼6월)를 꼽았다. 내년 하반기(7∼12월)라고 응답한 학자는 30%였다. 2%는 올해 말로 예상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에 대해서는 응답자 55%가 3∼4%를 꼽았다. 현재 기준금리 0.75∼1.00%의 3배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번 설문 결과는 경제적 고통을 일으키지 않고 수요를 꺾을 수 있다는 연준 입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빠른 긴축으로 경기 침체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지난주 미 CNBC방송의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응답자 68%는 경기 침체 시기로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77%는 뉴욕 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0,000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12일 CNN에 출연해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 경우 거의 항상 2년 안에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너무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줄곧 비판해왔다. 과도한 돈 풀기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현실이 됐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6% 급등해 41년 만의 최대 폭 상승을 이어갔다. 그는 “물가는 더 오를 위험이 있다”며 “물가가 아주 빨리 내려갈 확률은 작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서머스 전 장관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경기 연착륙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지만 연준은 연착륙을 달성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하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