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고(故) 송해 씨. 2013.02.23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 8일 별세한 방송인 고(故) 송해(본명 송복희) 씨가 생전에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촬영할 당시 공무원에게 불같이 화를 낸 일화가 공개됐다.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1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송 씨의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오 교수는 과거 송 씨와 1년 동안 동행하며 평전인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했다.
오 교수는 “(송 씨가) ‘공평하게, 평등하게’ 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전국노래자랑 녹화할 때 그 지역의 행정가, 국회의원, 지자체장들에게 절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리가 없으면 중간에 앉으라고 했다. 무대의 주인은 행정가들이 아니고 국민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오 교수는 송 씨와 전국노래자랑 악단들의 일화도 공개했다. 오 교수는 “세월호 때였다. 몇백 명이 졸지에 물에 수장된 심각한 사태에 전국노래자랑 하면서 낄낄대고 웃고 이게 안 되니까 일시적으로 방영 자체를 중단한 적이 있다”며 “녹화를 안 하니까 악단의 멤버들이 출연료를 못 받고 생활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이 올라가서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그동안 노래자랑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를 해 줘라. 돈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 담판을 지어서 밀린 출연료 다 받게 하셨다”며 “그런 걸 보고 방송계에서 아무나 갑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DB
오 교수는 “지금은 유명해지셨으니까 송해 선생님이 갑 같지만, 방송 시스템에선 PD들이 갑이고 우리가 을이다”라며 “그런데 선생님이 을이던 시절에도 처음부터 그런 식이었다고 한다. 무대의 완결성을 위해서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그래서 제가 무슨 얘기를 나누나, 어떡하나 목욕탕도 같이 가봤다”며 “사람들이 ‘어 송해 아니야’ 이러면서 별 얘기 다하고 껄껄껄 웃으시면서 즐기셨다”고 추억했다.
송 씨는 지난 8일 오전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1927년생인 송 씨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으며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4년간 이끈 국내 최고령 진행자이며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