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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특석’ 놓은 공무원에…“뭐 하는 짓이냐!” 호통친 송해

입력 | 2022-06-14 10:17:00

생전에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고(故) 송해 씨. 2013.02.23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 8일 별세한 방송인 고(故) 송해(본명 송복희) 씨가 생전에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촬영할 당시 공무원에게 불같이 화를 낸 일화가 공개됐다.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1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송 씨의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오 교수는 과거 송 씨와 1년 동안 동행하며 평전인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했다.

오 교수는 “(송 씨가) ‘공평하게, 평등하게’ 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전국노래자랑 녹화할 때 그 지역의 행정가, 국회의원, 지자체장들에게 절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리가 없으면 중간에 앉으라고 했다. 무대의 주인은 행정가들이 아니고 국민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녹화를 하는데 공무원들이 리허설 할 때 관객들이 앉는 의자를 들고 앞으로 왔다. (송 씨가)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되고 구의원 앉아야 되고’ 그랬더니 그냥 소리를 지르셨다”며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들이 다 긴장한다.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아무 데나 퍼져 앉고 특석이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저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추억했다.

또 오 교수는 송 씨와 전국노래자랑 악단들의 일화도 공개했다. 오 교수는 “세월호 때였다. 몇백 명이 졸지에 물에 수장된 심각한 사태에 전국노래자랑 하면서 낄낄대고 웃고 이게 안 되니까 일시적으로 방영 자체를 중단한 적이 있다”며 “녹화를 안 하니까 악단의 멤버들이 출연료를 못 받고 생활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이 올라가서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그동안 노래자랑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를 해 줘라. 돈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 담판을 지어서 밀린 출연료 다 받게 하셨다”며 “그런 걸 보고 방송계에서 아무나 갑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DB

송 씨는 생전 전국노래자랑을 하면서 안 싸운 PD가 없었다고 한다. 오 교수는 “무대 완결성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완벽해야 된다”며 “당신 MC만 잘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완벽해야 하는데 녹화를 하다 보면 선생님 입장에서 초대가수가 마음에 안 든다든가 조명이 어떻다든가 그런 걸 하나도 안 넘기신다”고 했다.

오 교수는 “지금은 유명해지셨으니까 송해 선생님이 갑 같지만, 방송 시스템에선 PD들이 갑이고 우리가 을이다”라며 “그런데 선생님이 을이던 시절에도 처음부터 그런 식이었다고 한다. 무대의 완결성을 위해서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송 씨는 전국노래자랑 공연을 위해 지역에 가면 꼭 목욕탕에 들렀다고 한다. 오 교수는 “(평소에도) 특별한 녹화 일정이 없으면 오후 4시면 무조건 목욕탕을 가셨다. 온탕도 아니고 열탕에 들어가신다”며 “지역 노래자랑에 가서 더 하시는 이유는 지역 주민들하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해 봐야 당신이 무대에 섰을 때 더 가깝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그래서 제가 무슨 얘기를 나누나, 어떡하나 목욕탕도 같이 가봤다”며 “사람들이 ‘어 송해 아니야’ 이러면서 별 얘기 다하고 껄껄껄 웃으시면서 즐기셨다”고 추억했다.

송 씨는 지난 8일 오전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1927년생인 송 씨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으며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4년간 이끈 국내 최고령 진행자이며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