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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8년만에 ‘자이언트 스텝’ 밟나…“물가 내려간단 증거 없어”

입력 | 2022-06-14 11:45:00


미국의 물가 급등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한꺼번에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점점 커지고 있다.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만일 현실화되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4, 15일 이틀 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연준은 앞서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고 향후 두어 번 더 ‘빅 스텝’을 가동할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8.6%로 나옴에 따라 ‘빅 스텝’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인플레이션 지표가 더 뜨겁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옴에 따라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1994년 이후 가장 큰 금리 인상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15일 오후(한국시간 16일 새벽) 새로운 기준금리를 공개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앞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을 해 왔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라앉고 물가가 내려간다는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그런 증거가 없다면 우리는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들의 1년 간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6.6%로 2013년 6월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였던 올 3월과 동률을 이뤘다.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높으면 그에 따른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 물가에도 악영향을 준다.

월가의 일부 금융회사들도 ‘자이언트 스텝’ 전망에 힘을 실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와 제프리스그룹은 5월 물가지표가 공개된 직후 이번 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회사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물가 대처가 늦었고 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연준은 0.7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선물(先物)을 통해 통화 정책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주 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을 점치는 쪽은 13일 오후 10시반(미 동부시간) 기준 97% 안팎에 이른 반면,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3% 가량에 그쳤다. 1주일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95%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전망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