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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예람 중사 성추행’ 2심 감형…부친 “이래선 안돼”-모친 실신

입력 | 2022-06-14 13:31:00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공군 중사가 2021년 6월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방부]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가 2심에서 1심보다 적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방청석의 유족은 판결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14일 열린 공군 장 모 중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장 중사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1심에서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군검찰은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이 보복 협박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문자메시지 등이 ‘사과 행동’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인정, 보복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다. 이에 군검찰과 피고인은 항소했다.

2심에서도 보복 협박 혐의가 쟁점이 됐고 군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1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이 보복 협박 혐의에 무죄를 인정한 것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과 행위 외에 추가 신고를 하면 생명·신체에 해악을 가한다거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명시적 발언이나 묵시적 언동이 없는 이상 가해 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이런 행위만으로 구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살 암시를 포함한 사과 문자를 보낸 것이 위해를 가하겠다는 구체적 해악 고지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이후 실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을 볼 때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것을 알 수 없으므로 해악 고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장 중사에게 이 중사의 사망 책임을 전적으로 돌릴 수 없다며 원심보다 형을 더 깎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다”며 “이런 사태가 피해자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자신이 범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교정하고 사회에 재통합할 수 있게 하는 형벌 기능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보인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2.5.20/뉴스1

재판부가 7년 형 결정 부분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유족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이래선 안 되는 거다”라고 소리쳤다. 어머니는 판결에 충격을 받고 과호흡으로 쓰러져 실려 나갔다.

재판정을 나온 이 중사 아버지는 “군사법원에서 이런 꼴을 당할지는 몰랐다. 최후의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며 “우리 국민의 아들·딸들이 군사법원에 의해서 죽어갔던 거다. 그래서 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으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유족 측 강석민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형을 판단하지 않고 보복 협박 유무죄만 판단할 것이므로 양형을 이렇게 (감형) 한 것은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며 “보복 협박이 인정되면 파기환송이 서울고법으로 갈 건데 법리적 문제가 쉽지 않아 유족이 난관을 맞게 됐다”고 비판했다.

군검찰이 2심에 불복해 다시 항고하면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