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 고용된 의사는 상법의 적용을 받는 상인이 아니므로,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민사채권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사는 영리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상인과 달리, 국민의 건강을 목표로 하는 사명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와 B씨가 C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파기자판(파기환송하지 않고 스스로 판결)을 통해 “A씨 등에게 퇴직 후 15일째가 되는 날부터 원심 판결 선고일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의사였던 A씨 등은 지난 2018년 2월28일 C의료법인이 설립한 병원에서 계약기간이 끝나 퇴사했다.
1심은 C의료법인이 A씨 등에게 미지급 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했다.
2심은 연차휴가 수당과 퇴직금 차액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2심은 A씨 등이 퇴직한 시점부터 판결 선고일까지 받지 못한 수당 등에 관해 6%의 이자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하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 임금 지급이 늦어지면 지연이자를 추가로 줘야 한다.
반면 노사가 다툴 만한 사정이 있다면 공방을 벌인 기간에는 민법 또는 상법에서 정한 이자율이 적용된다. 즉, 퇴직 후 2주가 지난 시점부터 판결이 선고된 시점까지는 민법(5%) 또는 상법(6%)에 따른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미지급된 임금은 민법상 이자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2심은 A씨 등과 같은 의사를 상인으로 보고 상법상 이자율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의 임금에는 상법상 이자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와 같은 의사는 상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의사의 의료활동은 자유로운 광고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에서 규정한 상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상법상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한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자판했다.
한편 대법원이 의사 및 의료법인을 상인으로 보지 않고, 의사의 임금 등에 대한 권리는 상사가 아닌 일반 민사채권이라고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