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조짐인 가운데 이번 파업의 여파가 서울 지역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일부 음식점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소주를 찾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술을 가져다 주지 못해 장사에 지장이 많은 모습이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주류 출고량이 이미 평소 출고량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들었는데,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장사가 나아지나 싶었는데 또 다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국민의 힘은 집권 여당으로 책임질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이번 파업으로 자영업자들은 소주 조달이 쉽지 않아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주류대란은 실제 현실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밤 서울 을지로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이날부터 참이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손님들에게 다른 브랜드 소주를 주문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20년 동안 음식점을 해왔는데 참이슬이 부족해 손님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화물연대 측에 총파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자영업 총연합 측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서민 경제와 중소 상공인 전반의 삶에 필요한 모든 부분이 한 순간에 망가지고 있다”며 “국민 생활과 중소 상공인 삶을 나락으로 몰지 않도록 화물연대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파업으로 한 때 1일 평균 출고량이 평소 대비 38%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화물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고, 이천공장 제품 운송 작업에 투입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오비맥주는 한때 20%까지 떨어졌던 맥주 출하량을 간신히 6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여하는 화물차주들이 많아 이천·청주·광주공장 3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출고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비맥주는 평소 운임의 2~3배를 주고 대체 차량을 동원해 출하량을 높이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류 도매업자들의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전국적으로 맥주와 소주 공급 부족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서울의 많은 음식점에서 특정 소주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며 “주류 도매업자들의 재고가 조만간 소진될 수 있어 계속 이대로 간다면 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화물연대 파업 여파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월동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B씨는 “현재 소주와 맥주 재고 물량이 그나마 남아있어 손님들이 찾는 소주 제품을 간신히 내주고 있다”며 “그러나 다음주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