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년 만의 정권교체로 출범한 호주 노동당 새 정부의 대중국 관계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다소 여유 있는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4일 앨버니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은 양국관계를 개선하려면 관세부터 철폐해야 한다”며 “먼저 제재를 부과한 건 중국인 만큼, 중국이 먼저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임 스콧 모리슨 정부에서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호주는 미국이 결성한 대중국 안보협의체 ‘쿼드’에 인도, 일본과 함께 참여 중이며, 코로나19 기원 조사와 신장 위구르 인권 유린 의혹 등 서방의 대중 공세에 사사건건 참여해왔다. 작년 9월에는 영국, 미국과 또 다른 안보 동맹 ‘오커스’를 결성하면서 중국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1일 호주 총선 결과 비교적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노동당이 정권을 잡자 관계 개선 기대감이 번졌는데, 그 속도는 생각보다 더딘 모습이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개최 ‘제19차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포럼)’ 계기 개최된 호주-중국 국방장관 회담은 두 나라의 관계가 쉽사리 개선되진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호주와 중국이 2년여 만에 가진 고위급 접촉인 동시에, 호주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첫 양자회담이었다.
리처드 말레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당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의 회담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완전한 (의견) 교환”이라고 평가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중국과의 대화 재개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했다. 그는 “대화와 논의가 오가는 건 언제나 좋다. 전임 정부는 놓쳐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은 중국 측이 호주산 수출품에 부과한 무역 관세와 장벽 철폐 여부에 달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10일 오커스 결성으로 잠수함 건조 계약이 파기된 프랑스 관련 업체에 5억5500만 유로(약 7500억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발표했다. 이로써 오커스 출범으로 틀어진 프랑스와의 관계 개선엔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