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리사이틀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부터 리게티와 카푸스틴의 곡까지, 방대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됩니다. 3월 시작한 아메리카와 유럽 투어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기간 동안 내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엮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베토벤과 슈베르트, 쇤베르크 등의 작품을 묶어보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의 곡 등 다른 지역과 시대들을 넣으면서 ‘색상대비’ 에 신경 쓰게 되었고 스크랴빈처럼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더해졌습니다. 슈베르트는 빠졌고요.”
“전형적이거나 영웅적인 베토벤 곡은 아니죠. 하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고 ‘에지(edge) 있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유자 왕과 스크랴빈은 좋은 조합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감각적인 터치 때문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스크라빈의 소나타 3번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천부적인 리듬의 명확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타악기 연주자인 아버지가 정확할 리듬을 강조했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면은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유명합니다. 연주복은 자신을 나타내는 패션일 뿐인가요, 아니면 그날의 레퍼토리와도 연관이 있나요.
“연주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콘서트는 레코딩이 아니니까 시각적 경험까지 남게 되니 연주자는 비주얼을 포함한 종합적 경험을 청중에게 제공해야 하죠. 색상이 뚜렷한 옷을 좋아하고, 소매 없이 편한 옷을 선호할 뿐입니다.”
―2013년 샤를 뒤투아 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에서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했고 3년 전에도 애덤스의 신작 협주곡으로 한국 청중을 만났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있다면.
“한국인들과는 커티스 음대부터 친구가 많아 매우 친근감을 느낍니다. 두 번의 내한 공연에서 매우 열정적인 청중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특별한 취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름(王羽佳)은 한국어로 ‘큰 유자(柚子)’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알고 계셨나요.
“(웃음) 한국 친구들이 알려줘서 잘 알아요! 유자 버블티를 마실 때마다 생각해요. 하지만 내게서 유자 향기가 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유자 왕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개리 그래프먼을 사사했다. 20세 때인 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피아노계 스타로 뛰어올랐다. 2009년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멘델스존에서 쇼팽, 스크랴빈, 현대 작곡가 애덤스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내놓고 있다. 2019~2020년 시즌에는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공연장 바비컨 센터의 상주 아트센터로 활동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