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뉴스1
“국가정보원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의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10일 CBS라디오)
“(X파일 얘기했다가) 요즘 복날 개 맞듯 맞고 있다.” (14일 JTBC 방송)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퇴임 이후 연일 방송에 출연해 ‘국정원 X파일’ 등 파장을 일으킨 것에 대해 “전직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경고까지 하자 박 원장은 공개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연일 X파일 이슈를 꺼내드는 전직 국정원장의 위태위태한 입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박 전 원장이 하루에도 몇 건씩 방송 출연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X파일 얘기를 자세히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매일 이슈화시키고 있어 오히려 의문만 키우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곧 제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13일 KBS라디오) “(김건희 여사가) 저렇게 다니다가 또 실수하면 큰 문제”(14일 TBS라디오)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한 의견도 거침없이 밝히고 있어 ‘제2의 실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회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직 국정원장이 퇴임 직후 언론에 계속 나와 발언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면서 “자칫 부지불식간에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전날 BBS라디오에서 “국정원장이라고 하는 자리가 3년 정도는 봐도 못 본 것처럼, 들어도 못 들었던 것처럼, 또 하실 말씀이 있어도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지낸 하태경 의원도 13일 페이스북에서 “공직을 통해 취득한 국가의 기밀을 언론의 관심끌기용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박 전 원장은 공직을 지낸 사람으로서 정보기관의 수장을 지내신 분으로서 국가가 당신에게 맡겼던 책임의 무게만큼 그 언행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