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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에 반도체 투자하려면 정부 승인 받아야”…초당적 법안 추진

입력 | 2022-06-14 21:07:00


미국 의회가 중국을 겨냥해 적대국의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할 때 반드시 행정부의 승인을 받거나 국가 안보를 이유로 아예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차이나 머니’를 동원해 전세계 첨단 반도체 장비를 쓸어 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4시간 반 동안 전격 회동해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논의했다. 양측은 북한과 대만 문제룰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렸다.


● 美 의회, 中에 반도체 투자 금지 추진
WSJ에 따르면 미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은 초당적으로 미 기업 및 투자자가 중국 등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의 특정 분야에 투자할 때 연방정부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는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제약, 희토류, 바이오공학,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초음속 로봇 등이 망라됐다. 중국이 미 자본을 통해 첨단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역대 최고 수준의 규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경제단체 ‘미중 비즈니스위원회’는 즉각 “미 250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법”이라며 해당 법안이 미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빠르면 다음달 중 의회에서 표결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제조장비 주문을 2020년보다 58% 늘려 2020, 2021년 2년 연속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 시장이 됐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자국 기업에 더 많은 반도체 장비를 사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중국 기업이 장비가 단 1개만 필요해도 최소 3, 4개를 주문하고 다른 나라 기업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ASML은 최근 5년 간 중국 매출이 3배 늘자 올해 중국 현지 직원을 200명 이상 더 고용했다. 미 반도체업체 KLA 역시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이 4배 늘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설리번-양제츠, 대만 두고 충돌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 양 주임은 특히 대만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이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또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반면 양 주임은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특히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수차례 약속한 ‘4불 1무(四不一無)’를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과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를 꾀하지 않으며 △반중 동맹 강화 등을 추진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