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경제난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정부 한 고위 인사가 붕괴 위기에 처한 파키스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민들에게 차 소비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정부의 황당한 요구에 소셜미디어(SNS)에선 분노하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보도된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산 이크발 파키스탄 기획개발부 장관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국민들이 마시는 차의 상당수는 수입에 의존한다”며 국민들에게 “차 소비를 1~2잔이라도 줄일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약 6억 달러(약 7750억)어치의 차를 사들인 세계 최대 차 수입국이다.
하지만 현재 외화보유액이 나라의 전체 수입 비용을 겨우 2개월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 상태다.
파키스탄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2월 약 160억 달러(약 20조 6650억원)에서 지난주 100억 달러(약 12조 9100억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1년도 되지 않아 거의 반토막으로 감소한 것이다.
아산 이크발 장관이 차 마시는 것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은 SNS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그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놓은 무능한 대책에 분노했다.
장관은 본인의 집에 있는 수영장을 개조하고 호화로운 파티를 즐기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을 선동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크발 장관은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오후 8시 반부터 상인들도 가게를 닫게 될 수 있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BBC는 그가 이렇게까지 국민들에게 애원하는 것은 파키스탄의 외화보유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는 예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실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수십 개의 사치품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지난 4월 의회 투표를 통해 해임된 임란 칸에 이어 새롭게 선출된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의 중대한 시험대가 됐다.
샤리프 총리는 취임 직후 이전 정부가 경제 운영을 잘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파키스탄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은 새 정부의 큰 도전이 될 것”이라 말했다.
지난주 그의 내각은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기로 한 60억 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이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IMF에 지원 재개를 설득하기 위해 12개월 안에 470억 달러(약 60조6440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