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포되나?…국내 기업도 예의주시

입력 | 2022-06-15 15:02:00


원숭이두창이 예상 밖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 확산에 따른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자 관련 의약품과 진단키트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WHO는 오는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원숭이두창 확산에 따른 ‘국제적 공중보건상 비상사태(PHEIC)’ 선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리적으로 확산해 많은 국가가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브라히마 소세 팔 WHO 아프리카 담당 비상대책국장은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확대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6일 영국에서 처음 감염 사례가 보고된 뒤 약 5주 만에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서며 당초 예상보다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34개국에서 1650명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거나 국가간 전파 위험이 큰 경우 등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일 때 WHO 사무총장이 선포한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국제사회는 WHO의 주도 아래 자금, 의료진, 장비 지원 등을 확대하는 등 공중보건 조치를 강화하게 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해외에서도 백신과 치료제, 방역 물품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은 기존 두창 백신으로 85% 정도의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창 백신은 바이러스에 노출된지 4일 이내에만 접종하면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 백신을 투여하는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으로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 중 HK이노엔은 앞서 개발했던 기존 천연두 백신을 원숭이두창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이 2009년 개발한 천연두 백신은 2세대 백신으로, 생물 테러 등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국내에서 승인됐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전용으로 개발된 치료제는 없다. 시도포비어, 브린시도포비어, 테코비리마트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치료법이 있지만 국내에는 거의 비축돼 있지 않다.

현대바이오는 최근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먹는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한 ‘CP-COV03’를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패스트 트랙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의 주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효능이 탁월하다는 학계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원숭이두창이 빠르게 확산할 경우 진단키트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입장벽이 높은 백신과 치료제에 비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미코바이오메드가 원숭이두창 PCR 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 2019년 질병관리청과 함께 원숭이두창 등 15종의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 특허를 출원하고, 지난해 1월 5일자로 등록을 마쳤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정부의 공급 요청이 들어올 경우 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미코바이오메드 관계자는 “제품이 이미 다 나와 있고 내부적으로 (생산을 위한) 준비도 다 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며 “해외에서도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몇몇 국가에서 문의가 들어와 샘플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