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14일 저녁 자체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에 올린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고충을 토로하며 이렇게 밝혔다. 리더 RM은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 것 같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니 성장할 시간이 없다. 언젠가부터 번안 기계가 되면 제 역할은 끝난 것”이라며 털어놨다. 슈가도 “가사 쓸 때 할 말이 안 나온다. 억지로 쥐어짜내고 있다.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한) 2013년부터 한 번도 재미가 없었다. 그 때는 할말은 있어도 스킬이 없었는데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진 역시 “기계가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멤버별로 활동하며 각자 시간을 갖기로 했다. RM은 “방탄소년단을 오래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 혼자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민도 “이제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슈가 역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 우리끼리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을까”라고 말했다.
“생각할 틈 주지 않는다”…역설적 상황에 지친 BTS
음악계는 방탄소년단이 그룹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배경으로 병역 문제, 케이팝 시스템에서 누적된 피로감을 꼽고 있다. 멤버 진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멤버들이 잇따라 입대를 앞둔 상황이다. 단기간에 슈퍼 스타덤에 오르고 국내외 활동을 병행하며 주변 여건이 변하고 피로도 쌓일 대로 쌓였다. 멤버들의 나이도 이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방탄TV
‘의식 있는 아이돌’을 지향한 방탄소년단 역시 기획사와 팬덤 사이에서 아이돌이 지닌 한계와 괴리를 체감했다. 상황은 역설적이었다. ‘Love Yourself(자신을 사랑하라)’ 등 메시지를 전하며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켜며 쉼 없는 감정 노동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민은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매사 솔직할 수가 없다. 그게 너무 힘들었고 지쳤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진즉에 자기모순 속에 있었다. 세계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갖도록 격려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독려했는데 정작 본인들은 생산 공장에서 찍어내듯 음반활동을 해온 것”이라며 “알을 깨고 나오려는 방탄소년단의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 뉴스1
그러나 ‘챕터 2’는 ‘따로’가 우선인 ‘따로 또 같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멤버들은 자체 웹 예능 ‘달려라 방탄’은 함께 촬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이홉을 필두로 멤버들이 차례로 정식 솔로 앨범을 내고 슈가는 가요 프로듀서로 활동 폭을 더 넓힐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오랜 합숙소 생활도 끝냈다. 지민은 “숙소 정리하러 온 김에 이런 얘기도 나누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건데 뭔가 되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해외 언론은 BTS 활동 중단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활동 중단을 발표하는 영상에서 일부 BTS 멤버들이 울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 문화전문 저널리스트 마츠타니 소이치로(松谷創一郞)는 15일 칼럼에서 “한국은 소프트 파워의 기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