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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주민들의 응원 덕분에 10년간 문학관 잘 이끌어…”

입력 | 2022-06-16 03:00:00

김선기 시문학파기념관장 고별 인터뷰




한국 문학사상 첫 유파기념관인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은 한국 서정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생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1930년 3월 5일 시문학지 창간일에 맞춰 2012년 3월 5일 개관해 2013년 제1종 전문박물관에 등재됐다. 2017년 대한민국최우수문학관에 선정된 데 이어 2016년 문화재청이 선정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시문학파기념관이 개관 이후 국내 문학관 운영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한 데는 12년 동안 기념관을 이끌어온 김선기 관장(61·사진)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관장은 시문학파기념관이 정식 개관하기 전인 2010년부터 학예연구실장을 맡아오다 2012년부터 10년간 관장을 지냈다. 그는 20일 오후 2시 기념관에서 열리는 고별 강연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다음은 김 관장과의 일문일답.

―시문학파기념관을 12년 동안 이끌어온 소회는….

“강진에서 보낸 12년 2개월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강진의 시간’은 제 생애에서 최고의 나날이었고, 불꽃보다 더 뜨거운 삶의 여정이었다. 부족한 사람을 감싸안아준 소중한 분들과의 추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고별 강연의 의미와 강연 내용은….

“지역민에게 받았던 사랑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고별 강연’이란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강연 주제는 ‘영랑과 현구, 그리고 강진과 한국 시문학’이다. 강진은 현대 시문학의 요람이자, 인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강진의 인문학적 자양분을 어떻게 21세기형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동안 성과가 작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시가 꽃피는 행복한 마을 강진 조성사업’은 훗날 ‘감성 여행 강진’의 주춧돌이 됐다. 영랑생가를 모티프로 개발한 ‘더 샵252 영랑생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국비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그동안 공모를 통해 받은 국비가 35억 원 정도 된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직원들의 노력과 주민의 응원 덕분이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목요 문학 살롱’이다.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주민 큐레이터를 선발해 진행했다. 솔직히 성공할까 걱정했는데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이 프로그램을 확장한 게 바로 ‘영랑생가 목요 음악회’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군민의 문화적 역량에 놀랐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봤다.”

―영랑시문학상을 한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키웠는데….

“음악적인 시어와 영롱한 서정성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의 위상에 맞는 문학상을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와 함께 제정했다. 영랑의 시 세계를 재조명하고 작가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해마다 30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시상금의 의미도 크다. 영랑의 시를 흠모하는 부산의 중견기업인 ㈜협성종합건업의 정철원 회장이 2년 전 기탁한 9000만 원으로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간 미뤄뒀던 인문과학과 철학 서적을 탐독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문학평론가로서 지역작가 발굴에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김 관장의 고향은 전남 목포다. 그는 2019년 문화유산 활용 공로로 받은 정부 포상금 500만 원 전액을 강진군민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이번에도 1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놓는다. 그는 “적은 금액이지만 조금이나마 빚을 갚은 듯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