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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겨울 온다”… 美 최대거래소 코인베이스, 인력 18% 해고

입력 | 2022-06-16 03:00:00

경기 침체에 올들어 주가 79% 급락… 대출 중개 블록파이도 “20% 감원”
美 셀시우스는 인출-송금 중단… NYT “닷컴 버블 붕괴 연상”




전 세계 가상화폐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뒤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14일(현지 시간) 전체 인력의 18%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직원 수가 약 5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1100명가량이 한꺼번에 해고되는 셈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이메일에서 “경기가 10년 동안의 호황을 끝내고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가상화폐의 겨울(crypto winter)’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감원 이유를 밝혔다. 겨울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회사가 과거 강세장에서 너무 빨리 성장했다고도 했다.

코인베이스는 가상화폐의 급락세가 본격화되지 않은 올 초만 해도 직원 2000명을 추가로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얼마 뒤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치자 감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상장한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올 들어 79% 급락했다.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 비트코인 가격 역시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70% 가까이 떨어진 2만2000달러 내외로 하락했다. 코인베이스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로 대부분의 이익을 보기 때문에 투자 열기가 식으면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업체도 인력 줄이기에 착수했다. 가상화폐 대출·중개업체 블록파이 역시 13일 “거시경제 환경이 극적으로 변했다”며 직원 2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LA 레이커스의 안방구장 이름을 차지한 가상화폐 플랫폼 회사 크립토닷컴 또한 5%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상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네트워크는 인출 및 송금을 중단했고,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붕괴 수준인 가상화폐 업계 상황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붕괴를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 리 레이너스 듀크대 교수는 “가상화폐 업계의 음악이 꺼져 버렸다”며 관련 기업 및 플랫폼의 상당수가 얼마나 위험하고 지속 불가능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