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올들어 주가 79% 급락… 대출 중개 블록파이도 “20% 감원” 美 셀시우스는 인출-송금 중단… NYT “닷컴 버블 붕괴 연상”
전 세계 가상화폐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뒤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14일(현지 시간) 전체 인력의 18%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직원 수가 약 5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1100명가량이 한꺼번에 해고되는 셈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이메일에서 “경기가 10년 동안의 호황을 끝내고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가상화폐의 겨울(crypto winter)’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감원 이유를 밝혔다. 겨울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회사가 과거 강세장에서 너무 빨리 성장했다고도 했다.
코인베이스는 가상화폐의 급락세가 본격화되지 않은 올 초만 해도 직원 2000명을 추가로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얼마 뒤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치자 감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체도 인력 줄이기에 착수했다. 가상화폐 대출·중개업체 블록파이 역시 13일 “거시경제 환경이 극적으로 변했다”며 직원 2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LA 레이커스의 안방구장 이름을 차지한 가상화폐 플랫폼 회사 크립토닷컴 또한 5%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상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네트워크는 인출 및 송금을 중단했고,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붕괴 수준인 가상화폐 업계 상황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붕괴를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 리 레이너스 듀크대 교수는 “가상화폐 업계의 음악이 꺼져 버렸다”며 관련 기업 및 플랫폼의 상당수가 얼마나 위험하고 지속 불가능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