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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불법 이민자 등 7명… 르완다 떠넘기려다 무산

입력 | 2022-06-16 03:00:00

유럽인권재판소 제동에 이송 불발



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들을 비행기에 태워 르완다로 이송하기로 하자 14일 해당 비행기가 이륙할 예정이던 영국 에임즈버리의 공군기지 앞에서 시민들이 몰려와 규탄 시위를 벌였다. 에임즈버리=AP 뉴시스


영국 정부가 자국으로 온 불법 이민자와 난민 신청자를 비행기에 태워 르완다로 보내려다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결정으로 이륙 직전 제동이 걸렸다.

영국 BBC에 따르면 14일 ECHR는 영국 정부에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는 계획을 즉시 중단하라는 긴급임시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영국 공군기지에서 난민 신청자 7명을 태우고 르완다로 가려던 비행기는 이륙 몇 분 전 비행이 취소됐다.

ECHR는 결정문에서 르완다행 비행기에 탄 54세 이라크 남성 A 씨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실질적 위험에 놓여 있다”며 “르완다로 보내지는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 지위 결정 과정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르완다는 유럽인권조약 회원국이 아니어서 난민 신청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올 4월 르완다 정부와 개발 원조 1억2000만 파운드(약 1865억 원) 제공 조건으로 불법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내는 협약을 맺었다. 영국 정부는 목숨을 건 망명 시도와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인권단체들은 ‘난민 떠넘기기’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영국 법원에 난민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보낸다는 정책의 적법성을 판단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이들을 비행기에 태워 르완다로 보내려는 조치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영국 고등법원은 10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대법원도 14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르완다로 가는 비행기가 뜨기 직전 ECHR가 막판에 막아선 것이다.

ECHR는 유럽평의회(COE)의 사법 기구다. 영국은 2020년 유럽연합(EU)에선 탈퇴했지만 COE 46개 회원국 중 하나여서 ECHR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긴급임시조치가 내려지면 추방 등 회원국의 법 집행을 일시 지연시킬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실망스럽다”며 다음 비행 준비에 착수해 이주민 이송 강행을 예고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