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강원도 군 단위 지역에서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A 씨. 이웃 중에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로 진학할 무렵 강원도 내 강릉시나 춘천시, 원주시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등학교도 집에서 수 km 떨어져 있는 데다 보습학원이라도 보내려 하면 학교보다 더 먼 면사무소 근처까지 직접 운전을 해서 보내야 한다. 과외 교사를 구하려고 해도 주변에 대학생이 없다. 농사일에 바쁜 부모들을 대신해 학교가 영어, 예체능 등 방과후 수업을 제공하지만 교육열이 있는 부모들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지방 대도시 학부모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남 여수시의 학부모 B 씨는 아이들의 이번 여름방학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틈만 나면 아이들과 여행을 즐기던 그가 올해 행선지로 고려하는 곳은 다름 아닌 서울의 ‘대치동 학원가’다. 수도권 주요 학군 지역 아이들과 대입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면 도농(都農) 간 격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욱 두드러져 지방 학부모들이 말하는 ‘부족한 마음’, ‘불안한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중3,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국어 수학 영어 평가 결과를 보면 대도시와 읍면 단위 지역 학생 간 학습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확연히 차이 나기 시작한 중위권 이상 학생 비율은 지난해 중3, 고2 모두 대부분 과목에서 그 격차를 더욱 키웠다.
지난해 나온 2020년 학업성취도 결과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이 확인된 이후에도 교육부는 ‘등교 확대’ 방침을 반복할 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등교 확대’는 읍면 단위 지역에는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었다. 이들 지역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수도권에 비해 낮게 유지되어 등교 수업이 상대적으로 원활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등교 수업이 유지됐는데도 성취도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인지, 학습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결손과 격차는 긴 안목으로 국가적 역량을 모아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시기 발생한 격차의 원인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사는 학생들에 대한 맞춤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8월 발표될 기초학력 보장 대책에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