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서해상에서 사살당해 정부, 이르면 오늘 조사내용 공개 당시 文정부 “자진월북으로 판단”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부가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 씨와 관련해 당시 상황 및 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A 씨가 자진 월북(越北)을 시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이르면 16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A 씨가 자발적으로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내용이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A 씨 사건 관련 내용을 조사한 결과 “자진 월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엔 북한 눈치를 보다 보니 ‘월북이 맞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A 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일대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뒤 다음 날인 22일 NLL 일대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북한군은 A 씨 시신을 불태웠다. 이 사건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내기도 했다.
있었다는 점 등을 월북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유족과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A 씨가 사고로 북측 해역으로 표류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이던 1월 A 씨 유가족들과 만나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文정부의 ‘자진월북’ 판단 뒤집어… 추가 진상규명 가능성도
北에 피살 공무원 조사
“당시 진상 파악 전 성급한 결론”
유족에 국가차원 사과 의미 전할듯
대통령실, 관련 정보 일부공개 추진
지난 2020년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 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모습. 2020.09 24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와 함께 정부는 사건 진상 규명에 관련된 정보도 필요하다면 일부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사건 관련 자료 대부분은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은 최근까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도 안에서 최대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뭔지 법률·보안 검토를 진행해 왔다. 유족들은 당시 대통령 보고 및 정부 지시 등 일부라도 공개된다면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자료 공개 시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월북으로 주장한 근거 등이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당시 민주당은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한미 첩보에 의하면 월북은 사실로 확인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당시 상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소송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A 씨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유족은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살 경위 확인을 위해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유가족은 일부 승소했고,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경은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취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