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주가폭락 등 경제 심각한데 원구성 대치에 국회차원 대처 못해 유류세 개정안-안전운임제 등… 현안 논의할 상임위 자체가 없어 여야, 당권 싸움속 책임 떠넘기기… 尹 “전세계적 경제위기 살얼음판”
머리 맞댄 권성동-추경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3차 당정대 협의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 전체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했다.”(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15일 여야 원내 사령탑은 한목소리로 경제 위기와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심각”, “특단의 대책”, “민생 우선” 등의 말만 늘어놨을 뿐 위기 극복을 위한 입법부의 행동은 이날도 보이지 않았다.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 강화 등 정치적 공방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제 상황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경제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했지만 여야는 각종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주 앉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 ‘민생’ 외치지만 정작 입법 논의는 중단
마트 찾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와 원내대표단이 15일 물가 폭등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농협하나로마트 여의대방로점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배추 가격 상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따라 고공행진 중인 유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인하하는 개정안,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사안인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안 등을 논의할 상임위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 해도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아 보고 및 논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 與野, 내부 권력투쟁 속 책임 떠넘기기
국회 공전 속에 여야의 진짜 관심은 당내 투쟁에 쏠려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선 차기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당수 의원들이 다음 총선 공천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선거에서 연패한 민주당 역시 보름 넘게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간 갈등에 매몰된 상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장 당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민생 현안을 진심으로 챙기는 의원이 몇이나 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 대신 여야는 국회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상대 당으로 떠넘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념 논리에 빠진 각종 경제정책과 규제로 민간 활력은 저하됐다”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경제와 민생 고통에는 손놓고 있으면서 권력기관 장악에만 전광석화처럼 기민하게 밀어붙이는 정부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