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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하려 하면 역효과… 제대로 된 性지식, 자연스럽게 일러줘야

입력 | 2022-06-16 03:00:00

중고생 자녀들 성교육은 이렇게
부모가 먼저 성에 대해 마음 열고 드라마 등 통해 이야기 꺼내보길
아이가 부담 갖지 않게 표정 관리
음란물 시청 자체를 죄악시 말고 현실과 다르다는 점 꼭 짚어줘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매스컴에서 청소년의 임신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여럿 등장했다.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성(性)에 눈을 뜬 자녀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학부모들이 성교육에 대해 궁금해하는 점을 딸을 둔 아버지이면서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제균 JD북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박 대표는 ‘성교육 하는 아빠의 괜찮아, 사춘기’라는 성교육 도서를 집필했다.

―성과 관련해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자녀의 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하나.

“부모도 성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먼저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특히 많은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문이 이성 교제다. 자녀의 성을 통제하려는 부모는 아이가 임신을 했거나, 불법 동영상에 탐닉하는 등 ‘사고’가 터진 뒤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모는 ‘나는 널 이렇게 안 키웠는데 너는 왜 이러냐’라고 혼내거나 ‘더러운 놈’, ‘변태 같은 놈’ 같은 말로 아이를 비난한다. 그런 경우 아이는 상처를 받고 또래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 몰두하게 되고, 심하면 가출까지 하는 경우도 생긴다.”

―집에서 성교육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매개체를 찾을 것을 추천한다. 중학교 2학년 이상에게 가장 쉬운 접근법은 ‘15세 관람가의 멜로드라마’다. 집에서 드라마를 같이 보다가 애정 신이 나올 때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이야기를 꺼내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어떤 감정인지, 왜 싸우는지, 이런 장면에서 키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애정 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서 ‘엄마, 학교에서 누가 사귄대’와 같은 이야기를 꺼내면 성교육을 할 절호의 찬스다. 고등학생쯤 되면 주변에서 성관계하는 친구들이 생기는데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면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이때 올바른 이성 교제가 무엇인지, 피임이 왜 중요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다.”

―자녀가 이성과의 스킨십을 궁금해한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성 친구가 생긴 것 같은데,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


“이성 교제에 대해 자녀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말이 아니라 표정이 중요하다. 부모의 목소리 톤과 얼굴 표정이 경직돼 있거나 동공이 흔들리면서 당황한다면 아이는 이를 읽는다. 그리고 ‘우리 부모는 내가 이성 친구가 있는 것을 무서워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숨기게 된다.

나 역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딸이 이성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 순간 ‘헉’ 하며 놀랄 때가 있다. 그때 가장 주의하는 것이 표정 관리다. 아이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최대한 친구처럼 반응해주려 한다.”

―자녀가 불법 동영상을 보는 것 같다. 부모로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

“아빠나 선생님 등 어른들도 불법 음란물을 본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안다. 아이들에게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으면 아이들은 ‘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 부모님도 불법 동영상처럼 성관계를 할 텐데’라는 생각에 부모를 ‘더럽다, 나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대신 불법 동영상, 불법 음란물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 동영상이 현실이 아니라는 게 제대로 교육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문제가 생긴다. 남자 아이들은 성관계를 할 수 있는 20대가 되면 불법 동영상에 나온 것을 현실에서 답습하려는 경우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녀가 자위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모르는 척해야 할지, 주의를 줘야 할지 고민이다.


“자위는 자연스러운 욕망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자위를 성적으로 불결하고 안 좋은 행동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이를 목격하면 자녀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부모가 자위에 대해 가진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돼 자녀도 성에 대해 부정적인 가치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아들이 자위를 하는 것을 엄마가 목격을 한 경우 엄마는 일단 조용히 미안하다고 한 뒤 문을 닫고 나가야 한다. 노크를 하지 않고 들어온 건 엄마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후 마음이 안정된 뒤에 과하게 자위를 하면 건강에 안 좋고, 깨끗한 환경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때에는 엄마보다는 아빠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낫다.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서는 이성 부모보다는 동성 부모가 말을 꺼내는 것이 자녀에게도 부담이 덜하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