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올라 식당 가격을 더 올려야 하는데… 보다시피 지금도 손님이 많이 없는데 고깃값을 더 올리게 되면 손님이 더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 중인 40대 박모씨는 축산물 가격이 올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행여나 손님이 끊길까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속앓이 중이다. 박씨는 “가격을 올리자니 경쟁력에서 밀릴 것 같고, 그렇다고 안 올리자니 적자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 15일 찾아간 서울 여의도의 한 고깃집은 점심시간 이었음에도 네 테이블에서만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하고 테이블은 15개나 됐지만 3분의 1도 차지 않았다. 심지어 두 테이블은 돼지고기가 아닌 다른 메뉴를 먹고 있었다.
남성 기자 3명이 4인분의 삽겹살과 된장찌개, 공깃밥 2개, 라면을 먹자 총 7만4000원이 나왔다. 음료 등은 먹지 않았다. 지리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서민 음식 가격이라고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업주는 업주대로 고민이다. 40대 이모씨는 “원가가 오르면서 고정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아르바이트생도 필요한데 지출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이상기후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 기름값 급등으로 생활물가가 크게 올랐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사태로 곡물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축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서민음식이라는 삽겹살도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2.1% 상승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돼지고기(20.7%), 닭고기(16.1%), 쇠고기(27.9%) 등으로 크게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 전달과 비교해 23.3%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식당 창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고깃값이 나날이 올라 안되겠다 싶어 2000원을 올렸다”며 “주 고객층이 20·30대인데 반응이 어떨지 너무 비싸다고 안 오는 건 아닐지 무섭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오픈 1년이 지난 시점인데 고깃값이 너무 올라서 처음으로 1000원을 올릴 예정이다”며 “처음하는 인상이라 기분이 좋지 않다. 손님이 떨어져나갈까 걱정된다”고 했다.
서민들의 장보기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격부담으로 외식은커녕 장보기도 두려운 수준이다.
서울 관악구 인근에 사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식당을 찾을 때 가격부터 찾아보게 됐다고 달라진 생활을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후배들과 함께하는 회식도 늘었다”며 “이전에는 돼지고기 식당이라고 하면 가격을 잘 안 봤는데, 최근에는 가격부터 찾아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문모(32)씨는 “회식 자리가 많아졌는데, 삼겹살 가격이 오른 게 체감이 된다”며 “월급 오는 속도에 비해 삼겹살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