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법제처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에 따르면 법제처는 최근 조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지난 14일 오전 발의된 것으로 파악돼 현재 국회 의안 정보시스템을 통해 개정안 등록 여부 및 내용을 확인 중이며 현 단계에서 법제처가 국회에 공식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5년 정부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 사례를 참고해 달라”며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놨던 판단 근거로 답변을 대신했다. 2015년 5월 유승민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과 교섭해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새누리당은 재의결 표결에 불참해 해당 개정안은 폐기됐다.
앞서 조응천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시행령인 대통령령과 규칙인 총리령 등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이에 대한 수정 및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해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에 그치지 않고 수정·변경을 요청하는 권한까지 부여해 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시행령에 대해서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잡기를 넘어 발목꺾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의 거대 야당 권력을 극대화해서 행정부를 흔들어보겠다는 것이 국회법 개정의 본질”이라며 “(민주당이) 협치를 말하면서 정부의 발목을 꺾으려 하고, 견제를 외치면서 주섬주섬 방탄조끼를 챙긴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개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대통령과 여당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응수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아직 당 차원에서 당론 채택 여부를 검토해본 바 없다”며 “대통령이 이것으로 위헌 얘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너무 호들갑 아닌가 싶다”며 “야당에 ‘발목잡기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